
사상 초유의 자진 방출로 논란이 된 김재환(37)이 수원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회의적이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달 26일 "외야수 김재환과 투수 홍건희, 외국인 선수 콜어빈, 고효준, 김도윤, 이한별 등 6명을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6년 보류 선수 명단 최종 568명에 김재환의 이름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두산과 결별은 확정됐다.
김재환은 영랑초-상인천중-인천고 졸업 후 2008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줄곧 두산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었다. 드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10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비롯해 통산 276개의 아치를 그렸다. 2018년에는 44홈런 133타점으로 커리어 첫 KBO MVP를 수상했고,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16년, 2019년)을 이끈 자랑스러운 프랜차이즈였다.
그랬기에 더욱 충격적인 마무리였다. 두산 구단에 따르면 2021년 12월 김재환은 4년 115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할 당시, 4년 계약이 끝난 2025시즌 뒤 구단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내용의 옵션을 포함했다.
그 조항에 따라 두산은 김재환과 보류선수명단 제출 시한인 11월 25일 저녁까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김재환을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자진 방출로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자유의 몸이 되면서 김재환은 보상 선수와 보상 금액 없는 준척급 매물로 떠올랐다.

올해 김재환은 정규시즌 103경기 타율 0.241(344타수 83안타) 13홈런 50타점, 출루율 0.354 장타율 0.404 OPS(출루율+장타율) 0.758로 저조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그 부진에도 10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이어갔고, 장타력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매력적일 수 있다. 홈구장이 작아 그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팀이라면 금상첨화였다.
자연스레 김재환의 고향 팀인 SSG 랜더스를 비롯해 장타력 보강이 필요한 키움 히어로즈와 KT도 차기 행선지로 물망에 올랐다. 이번 겨울 KT는 센터 라인 보강과 타선 강화를 목표로 김현수와 3년 50억 원, 최원준과 4년 48억 원, 한승택과 4년 10억 원 등 빠르게 영입했다.
총 108억 원을 들여 외부 FA 3명 한도를 꽉 채웠음에도 장타력을 보강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수비형 백업 포수인 한승택은 물론이고 김현수와 최원준 모두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타자이기 때문. 올해 KT 팀 홈런이 리그 공동 7위(104개), 장타율이 9위(0.369)였다는 걸 떠올리면 추가 보강은 꼭 필요해 보였다.
외국인 타자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외부 FA 영입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보상 선수와 보상금도 필요 없는 김재환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김재환과 관련된 질의에 KT 구단 관계자는 1일 스타뉴스에 "뭐라 확답을 드리긴 어렵다. 다만 현재 외국인 타자와 계약에 집중하고 있다. 또 육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인 방침은 그렇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현재 KT 로스터상 확실하게 남은 한 자리는 1루뿐이다. 외야는 좌익수 김현수-중견수 최원준-우익수 안현민 주전 라인업이 확고하다. 여기에 김민혁, 배정대, 안치영 등의 백업도 탄탄하다. 내야는 3루수 허경민, 2루수 김상수-오윤석, 유격수 권동진이 먼저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을 긴장케 할 기대주들이 있다.
신인 이강민(18)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귀하는 류현인(25)이다. 이강민은 유신고 졸업 후 2026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입단한 내야수다. 고교 시절부터 빠른 풋워크와 송구 동작 그리고 빠른 발로 가장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유격수였다. 수비 하나만큼은 경북고 권현규(18·한화)와 함께 프로에서도 바로 통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일본-대만 마무리캠프에서도 구단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1군 스프링캠프 합류도 유력한 신인이다.
류현인은 올해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상무 3인방 중 하나였다. 이재원과 한동희가 홈런 경쟁을 벌였다면, 류현인은 98경기 타율 0.412(369타수 152안타) 9홈런 80타점 103득점 3도루, 출루율 0.503 장타율 0.572로 남부리그 타격왕을 차지했다.
지명타자(DH) 슬롯이 꽉 찼다는 점도 KT 입장에선 김재환의 영입을 망설이게 한다. 현재 KT가 재계약을 추진 중인 내부 FA 포수 장성우(35)와 내야수 황재균(38)을 비롯해 허경민, 김상수 등 베테랑 내야진 모두 체력 관리가 필요한 자원으로 꼽힌다. 여기에 김현수까지 합류하면서 지명타자 자리는 포화 상태가 됐다.
하지만 보상 조건 없는 통산 276홈런 거포가 쉽게 시장에 나오지 않기에 이러한 부적합 요소들에도 소문이 끊이지 않는 건 사실. 과연 뜨거운 감자가 된 김재환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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