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틈이 훈련하고 있어요. 시험해보고 싶어요."
모두의 축복 속에 공식적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지금까지의 커리어 공로를 인정 받아 일구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런데 오승환(43)은 다시 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오승환은 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사단법인 일구회가 주최하는 '2025년 뉴트리디데이 일구상'에서 일구대상을 수상했다.
김광수 일구회장은 "오승환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역사를 새로 쓴 전설이자, 국제 무대에서도 위상을 드높인 상징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곧바로 삼성의 주전 마무리로 등극해 신인상까지 차지한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427세이브와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세이브 투수다. 일본 한신 타이거즈와 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활약하며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고 국가대표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무대에 오른 오승환은 "은퇴하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인사 할 수 있게 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21년간 많은 팬들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조금 더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구계를 떠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었다. KBO리그에선 삼성에서만 뛴 원클럽맨이기에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준비할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이내 오승환은 "은퇴를 하면서 가장 많이 요즘에 받는 질문"이라며 "아직 정리해야 될 부분도 있고 둘째(자녀)가 생기는 바람에 계획에 조금 차질이 생기긴 했다"고 말했다.
대체 어떤 계획을 하고 있었기에 '차질'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오승환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지금 결정을 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은퇴를 하면서 쉬는 것에 집중을 했다. 많은 분들이 지도자나 방송이나 뭘 할 건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데 둘째가 생기면서 해외로 나가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지도자 연수를 받기 위해 해외로 떠나려는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오승환은 의미 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또 다른 쪽으로도 한 번 더 야구 팬분들에게 또는 야구 관계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훈련 없는 시기를 보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틈틈이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시기가 되면 조금 더 실감을 할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시즌을 마치고 조금 쉬는 느낌이다. 그래도 틈틈이 운동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만은 아니었다. 오승환은 "시험을 해보고 싶어서 몸을 만들고 있다. 이제는 부담 없이 야구의 어떤 동작이나 운동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다. 그걸 직접 몸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다. 이젠 경기에 안 나가도 되니 그래서 몸을 만들고는 있다"고 전했다.
지도자 생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를 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공을 더 잘 던질 수 있을까를 몸소 몸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지도자의 길로 보기에는 다소 이색적인 게 사실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바로 야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다. 이미 대흥행을 일으킨 '불꽃야구'에서는 오승환의 절친인 이대호와 정근우가 활약하고 있고 JTBC '최강야구'에서도 또 다른 친구 김태균이 뛰고 있다.
몸 상태는 충분하다. 오승환은 최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한일 레전드 친선 매치에도 등판했다. 오승환은 "그땐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어서 손톱도 다 깨지는 바람에"라며 아쉬워하더니 "그런데 아직까지는 (몸이) 괜찮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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