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가 이정효(50) 감독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광주를 떠나 여러 구단 부임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고의 예우를 다해 이 감독을 지키겠다는 발표를 한 건데, 구단이 계약 기간이 남은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선제적으로 '재계약 의지'를 발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광주 구단은 9일 "최근 불거진 감독 거취와 관련된 우려에 대해 구단은 지난 4년간 이정효 감독이 보여준 압도적인 성과와 브랜드가치를 인정, 시민구단의 재정적 한계 속에서도 최고의 예우를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구단이 언급한 '최고 예우'에는 연봉뿐만 아니라 이정효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이 구단 전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라는 게 구단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후원사 유치, 지역 축구 생태계와의 상생 도모 계획 등도 구단 측은 덧붙였다.
광주 구단과 이정효 감독의 계약은 오는 2027년까지다. 지난 2021년 12월 광주의 제7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2년 뒤인 2023년 장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계약 기간이 2년 남은 상황에서 구단이 먼저 나서 이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먼저 밝힌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정효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팀을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68점)으로 이끌며 K리그1 승격을 이끌었다. 창단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시도민구단 최초의 ACL 엘리트(ACLE) 8강, 구단 최초 코리아컵 준우승 등 이정효 감독 부임 이후 광주 구단은 거듭 새 역사를 썼다. 단순한 성적뿐만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현시점 K리그 최고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구단들을 중심으로 늘 이정효 감독 부임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런데 올겨울 상황이 더 묘하게 흐르고 있다. 당장 새 시즌을 앞두고 새 사령탑 선임이 필요한 구단만 거스 포옛 감독이 떠난 '챔피언' 전북 현대, K리그1 3연패 뒤 올 시즌 추락해 반등이 절실한 울산 HD 등 굵직한 기업구단들이 있다. 시민구단의 재정적인 한계, 그리고 광주 구단의 여러 행정 논란 속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던 만큼, 과연 확실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팀에서는 이 감독이 어떠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는 해당 팀들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K리그1에 국한되진 않는다. 승격이 절실한 '명문' 수원 삼성 역시도 계약 만료를 앞둔 변성환 감독이 승격 실패와 맞물려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터라, 이제 사령탑이 공석이 된 상태다. 윤정환 감독이 강원FC의 K리그1 준우승 돌풍을 이끈 이듬해 K리그2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아 우승과 승격 결실을 맺었던 사례가 있는 것처럼, 이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등 해외 관심설 역시 끊이지 않는 중이다.
자연스레 광주 구단과 팬들 입장에선 이정효 감독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광주 구단은 '최고 예우'를 약속하며 이정효 감독과 동행 의지부터 이례적으로 밝힌 상태다. 구단 측도 "팬 여러분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지난 4년의 성과가 끊어지지 않고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정효 감독이 광주 구단의 행정 논란들에 여러 차례 공개적인 아쉬움을 드러냈던 터라, 과연 구단의 재계약 의지에 화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광주 구단은 아사니 영입 과정에서 발생한 연대 기여금 미납문제로 내년 상반기까지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를 받은 상태다. 이 외에도 행정이나 시설 등 구단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매년 주축 선수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는 시민구단의 한계 앞에, 과연 구단이 약속한 최고 예우나 국내외 후원사 유치 약속 등이 얼마나 어필이 될지도 미지수다.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재계약 의지' 발표 배경에 이정효 감독과의 결별에 대비한 일종의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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