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30·두산 베어스)를 놓쳐 오히려 뜨거워진 KT 위즈 내야다. 아직 고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한 3학년 유격수 이강민(18)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번 겨울 센터 라인 보강과 타선 강화를 목표로 야심 차게 FA 시장에 나섰던 KT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노렸던 박찬호와 중견수 박해민(35·LG 트윈스) 영입에 실패했고, 그마저도 유격수 쪽은 끝내 보강에 실패했다. 하지만 KT 내부 분위기는 의외로 밝다. 박찬호를 놓친 후 KT는 빠르게 결과를 인정하고 유격수는 기존 자원 중에서 찾을 뜻을 밝혔다. 그 중심에는 신인 유격수 이강민이 있었다.
올해 유신고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이강민은 2026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연고 지역 팀 KT의 지명을 받았다. KBO 스카우트들로부터 경북고 권현규(18)와 함께 올해 가장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준 유격수로 꼽혔다. 타격에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일취월장해, 올해 28경기 타율 0.351(94타수 33안타) 1홈런 18타점 23득점 7도루, 20사사구(16볼넷 4몸에 맞는 공) 16삼진, 출루율 0.465 장타율 0.500 OPS 0.965를 기록했다.
이강민은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19일까지 일본 와카야마와 대만 타오위안에서 이강철(59) 감독이 이끈 마무리 캠프에서도 박지훈(19)과 함께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구단을 통해 "여기 온 선수들 전체적으로 괜찮다. 생각보다 새로 들어온 신인들이 괜찮다. 한두 명 쓸만한 선수가 있는 것 같다"라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강민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야수 기용에 있어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령탑 중 하나다. 유망주들이 퓨처스리그에서 웬만한 타격을 보여주지 않고서야 1군 평균의 수비는 갖추고 올라오길 바란다. 그런 사령탑의 지론 탓인지 대체로 KT 야수들의 1군 진입에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강민은 그런 이강철 감독의 마음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강민은 일본 사회인야구팀과 연습경기 그리고 '2025 타오위안 아시아 프로야구 교류전'에 참가한 대만프로야구(CPBL) 라쿠텐 몽키스, 일본프로야구(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등 프로팀과 경기에서도 인상적인 수비 장면을 몇 차례 보여줬다. 빠른 타구 판단과 군더더기 없는 후속 동작으로 정확한 송구를 보여주는가 하면, 먼 거리임에도 거침없이 뛰어가 잡아내는 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충무 KT 스카우트 팀장은 1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유신고 시절 이강민은 이 포지션 저 포지션 왔다 갔다 하지 않는 전문 유격수였다. 유격수를 할 수 있는 충분히 좋은 어깨를 가졌고, 기본적으로 핸들링이 안정이라 크게 실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타구 판단도 빨라서 이강민의 수비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감독님도 캠프에서 좋게 보셨다고 들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모습이 현역 시절 박진만 감독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박진만 감독도 발은 빠르지 않지만, 타구 판단이 빠르고 영리해 좋은 수비를 보여줬는데 (이)강민이가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타격 잠재력도 높게 봤다. 아직 타석 경험이 많이 부족해 프로 수준의 다양한 공을 접하고 적응해야 하지만, 일발 장타력이 있다는 평가다. 애초에 드래프트 동기이자 1라운드 톱3 신재인(18·NC 1R 2번), 오재원(18·한화 1R 3번)과 클린업을 이룬 것이 이강민이다.
이충무 팀장은 "프로에서 잘하려면 아직 타격에서는 조금 더 발전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짚으면서도 "사실 (이)강민이는 고등학교 때 신재인과 오재원에게 조금 가려진 면이 있다. 하지만 늘 4번 타자로서 결정적일 때 타점을 올린 건 강민이었다. 체구에 비해 몸이 탄탄하고 힘이 있어서 체중을 실을 줄 안다"라고 설명했다.
워크에식(직업 윤리 및 태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던 선수다. KT 지명 후에도 곧장 투혼의 아이콘 박경수(41) KT 1군 주루코치를 롤모델로 꼽았다. 그런 이강민이기에 고졸 신인 야수임에도 내년 1군 스프링캠프 승선도 점쳐지고 있다. 2026시즌에는 장준원(30), 권동진(27) 등과 함께 주전 유격수를 다툴 것이 유력하다.
이강민은 신인드래프트 지명 직후 스타뉴스에 "2라운드에 지명됐다는 것보다 KT에 지명된 게 더 기분 좋다. 박경수 선배님이 2021년 한국시리즈에서 다이빙 캐치하던 모습이 아직 기억난다. 저렇게 높은 무대에서도 자신의 퍼포먼스를 다 보여줄 수 있는 베테랑이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난 수비가 아주 부드럽고 안정적인 선수다. 1~2학년 때 안 좋았던 타격도 콘택트와 타구 스피드를 더 성장시켰다. 콘택트와 파워를 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니 앞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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