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 사상 네 번째 성대결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던 닉 키리오스(30·호주)와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의 맞대결은 다소 시시하게 끝났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경기가 단지 돈벌이에 불과했다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671위 키리오스는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섹시스'에서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 1위 사발렌카를 세트 스코어 2-0(6-3 6-3)으로 꺾었다.
심지어 이번 경기는 남자 선수 키리오스에게 불리한 변칙 규칙이 적용됐다. 사발렌카 측 코트 면적을 9% 줄였고, 두 선수 모두 세컨드 서브 없이 단 한 번의 기회만 주는 싱글 서브 방식을 채택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경기장 분위기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발렌카는 2세트 도중 타임아웃을 부르더니 장내에 울려 퍼지는 마카레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영국 'BBC'는 "사발렌카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는 이 경기가 결코 진지한 승부가 아님을 모두에게 상기시켰다"며 "키리오스 역시 경기 내내 건성으로 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BBC'는 "이번 경기는 1973년 여자 선수 빌리 진 킹이 남자 선수 바비 리그스(이상 미국)를 꺾으며 일궈낸 역사적 성대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꼬집었다. 빌리 진 킹은 'BBC'와 인터뷰에서 "나의 경기는 사회적 변화를 위한 투쟁이었지만, 이번 경기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외신들은 이번 대결이 두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사발렌카는 세계 1위로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상금을 챙기려 했고, 과거 폭행 혐의 등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가진 키리오스는 이번 경기를 일종의 '이미지 세탁' 기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키리오스는 인터뷰에서 "이제 난 성숙해졌다"며 사발렌카와의 우정을 강조하는 등 팬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장의 열기도 기대 이하였다. 'BBC'는 "1만 7000석 규모의 코카콜라 아레나는 관중석 상단 구역을 폐쇄하고 규모를 줄여 운영했음에도 평소보다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며 "경기 중반 브라질 축구 전설 호나우두와 카카가 등장하며 잠시 술렁였지만, 경기가 막바지로 향할수록 관중들의 집중력은 급격히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더불어 매체는 "키리오스가 승리를 굳히던 당시 중계 화면에는 어머니의 품에서 졸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포착됐다"며 "이것이 이번 경기의 모든 것을 보여준 현실"이라고 일갈했다.
최고 800달러(약 115만 원)의 고가 티켓 정책에도 불구하고 허무한 경기력에 'BBC'는 이번 성대결을 "테니스 역사의 소중한 유산을 빌려와 덩치만 키운 알맹이 없는 쇼"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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