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은 선수들과 처음 만나 욕심내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독 앞서가는 이들이 눈길을 끈다. '최고령 홀드왕' 노경은(42·SSG 랜더스)과 미국에서 빅리그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고우석(28·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이다.
류지현(55) 야구 대표팀 감독은 10일 사이판 오렐아이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제 보고를 받은 바로는 노경은이 첫 턴 마지막 날부터 불펜(피칭)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며 "'미친 것 아닌가'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번 캠프는 오는 3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선수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마련됐다.
류지현 감독은 출국 전 상견례에서 선수들에게 욕심을 내지 말고 차근히 몸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3월 5일 체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 100%로 나설 수 있도록 페이스를 맞추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독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게 바로 노경은과 고우석이다. 노경은은 10일 사이판 공항에서 취재진을 향해 "저는 첫 번째 턴 마지막 날 바로 불펜 피칭에 들어간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날 첫 훈련에서 투수들은 컨디셔닝과 웜업, 캐치볼 훈련에 나섰다. 시즌 종료 후 많게는 3개월을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가볍게 구종에 대해 점검하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한 캐치볼이었지만 노경은과 고우석은 다른 투수들과 다르게 강한 공을 뿌렸다.
첫 시즌을 훌륭하게 보낸 정우주(한화)와 배찬승(삼성)은 짝을 이뤄 공을 주고 받았는데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시작 때와는 달리 공이 점점 빨라져 코치진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정우주는 "저희도 모르게 조금씩 공이 빨리졌다. 조금 오버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류 감독은 경험이 적은 투수들이 무리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코칭스태프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노경은과 고우석의 빠른 페이스도 노파심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선수들마다 페이스는 다르다"며 훈련 세 번째 날부터 불펜 피칭을 한다는 노경은에 대해 "그만큼 본인이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도와준다"며 "그래서 (노)경은이하고 (고)우석이는 세 번째 날에 불펜 투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친 게 보이면 말리는 건 지도자가 해야 할 몫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진 각자의 페이스에 맞춘 결정이라며 존중을 나타냈다.
누구보다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둘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버페이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노경은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령 홀드왕에 올랐고 지난해 11월 K-베이스볼 시리즈에서 어린 불펜 투수들이 흔들리자 류지현 감독은 노경은을 호출했다.
2013년 WBC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노경은은 커리어 황혼기에 뜻하지 않게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노경은은 "갑자기 몸을 (빠르게) 만드는 게 아니고 시즌 끝나고나서 계속 유지를 했다"며 "아예 푹 쉬고 처음부터 몸을 다시 만들면 오래 걸리지만 시즌 종료 후에도 이어가면서 쉬면 캠프 가기 전에 컨디션을 빨리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롱런의 비결로 자신만의 루틴을 철저히 지키는 것을 꼽는 노경은은 WBC를 위해 특별히 어떤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루틴을 지켜나갈 뿐이다. 노경은은 "일본에 가서 라이브피칭도 해야 하고 연습경기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에 저는 그냥 루틴을 지키려고 피칭을 하는 것인데 괜히 기대감만 심어드리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긴 하다. 오버페이스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우석은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무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같다.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다시 한 번 빅리그의 꿈을 이어가기로 한 고우석은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메이저리그에 한 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하다. 노경은은 2013년 대회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고우석은 2023년 대회를 앞두고 부상이 나타나며 결국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벤치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이번에는 팀에 확실한 보탬이 되고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누구보다 경험이 많은 두 투수지만 누군가는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경쟁의 무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페이스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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