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인생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역사적인 순간 뒤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허웅(33·부산KCC)이 대기록을 쓰기 직전 심정을 솔직히 털어놨다.
허웅은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서울SK와 원정 경기에서 3점슛 14개를 포함해 51점을 기록했다. KCC는 허웅의 활약에 힘입어 118-77로 대승을 거두고 연승 행진을 시작했다.
사실 허웅은 4쿼터 중반 45득점을 기록한 뒤 벤치로 물러났다. 승패가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기에 조기 퇴근이 유력했다. 하지만 허웅은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다시 코트를 밟았다.
교체 투입 후 허웅은 3점슛 1개와 자유투 3개를 더하며 6점을 추가했다. 기어이 51점을 폭발하며 KBL 역사를 새로 썼다. 이는 2004년 이후 22년 만에 나온 국내 선수 50득점 이상 기록이다.
특히 허웅이 기록한 3점슛 14개는 NBA 역대 한 경기 최다 기록인 클레이 탐슨과 동률이고, 스테판 커리의 개인 최다 기록(13개)마저 뛰어넘는 놀라운 수치다.

이상민 KCC 감독은 4쿼터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끝까지 안 뛰게 하려 했다. 그런데 (허)웅이가 농구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며 제발 뛰게 해달라고 하더라"며 "상대팀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투입했다. 역사에 남을 기록은 쉽게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역사적인 날의 주인공이 된 허웅은 "연패 이후에 연승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몸을 풀 때부터 슛 감이 좋았다. 쏘다 보니 감이 좋은 날이 있는데, 초반부터 기회가 나면서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막바지 재투입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 3점슛 최다 기록은 알고 있었지만, 최다 득점 기록은 모르고 있었다"며 "사무국에서 5점만 더 넣고 나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기록을 위해 다시 들어가는 것은 자칫 상대에 대한 자극이 될 수 있었다. 허웅 역시 이 부분을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상대 전희철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흔쾌히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날 허웅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SK의 신인 에디 다니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허웅의 용산고 후배이기도 한 다니엘은 4쿼터 거친 수비로 허웅을 압박했다.

허웅은 "힘이 정말 세서 깜짝 놀랐다. 올해 대학교 1학년 나이인 선수가 이렇게 뛰는 건 축복이다"라며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와서 경험을 쌓는 게 지금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견고하고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어 "다니엘은 너무 착한 후배다. 멀리 있어도 달려와서 인사를 한다. 그런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이 나와야 KBL이 흥행할 수 있다"며 "수비가 빡빡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라도 기록을 주기 싫었을 것이다. 상대 감독님의 주문도 있었을 텐데 필사적으로 수비하는 게 당연하다"고 후배를 감쌌다.
마지막으로 허웅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동생 허훈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고맙다. 단장님과 기록지를 들고 기념사진도 찍었다"며 "팀이 이렇게 축하해 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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