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말렸지만 린지 본(42·미국)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러나 그 도전의 가치로는 매우 가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충격적인 사고로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영국 매체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토파네 알파인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서 13번째로 나서 경기 도중 추락했다.
첫 번째 기문을 통과하지도 못한 채 중심을 잃었고 그 상태로 한참을 내려온 뒤에야 멈춰설 수 있었다. 누가보더라도 끔찍한 사고의 현장이었다. 본은 결국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동해야 했다.
너무도 가혹한 결과였다. 본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 다시 사고를 당했다. 지난달 30일 스위스 크랑몽타나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해야 했던 본이다. 가벼운 부상도 아니었다.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고 골타박상과 반월상연골 손상도 겹쳤다.
본의 의지를 꺾어놓을 순 없었다. 2013년 세계선수권 도중 충돌 사고로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됐고 헬리콥터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음 시즌에도 부상을 입고 2014 소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고로 인해 팔다리 골절은 물론이고 뇌진탕까지도 겪었다.
2019년엔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2024년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이미 그의 오른쪽 무릎엔 인공관절이 이식돼 있는 상황이다. 그 상태로 복귀했고 다시 정상급 기량을 되찾았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활강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스키한 선수로 꼽혔다. 올 시즌 활강 부문 1위로 올림픽을 준비하며 다시 한 번 금메달 사냥에 나섰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본은 최근 부상을 당하고도 "올림픽을 일주일 앞두고 이런 결과가 나와서 너무나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역전승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한 출전 의지를 밝혔다.
모두가 말렸던 올림픽 출전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대단한 도전의 가치라고 응원만 보내기엔 너무도 무리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경기를 지켜 본 BBC의 해설자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켐미 알콧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감정이 격해지는 제 자신이 죄책감까지 든다"며 "이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했을 때 본이 코스 가장자리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모습으로 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왼발 점프는 건강한 선수에게도 정말 힘들다. 그는 시상대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었는데, 왼쪽 무릎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에서 엉덩이가 뒤로 쏠리면서 완전히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다"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말릴 수 없었던 본의 선전을 모두가 응원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는 그녀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는 빨랐고, 우리는 그가 이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CBS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앨런 킬도우는 딸의 안타까운 사고를 바라보며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언니 카린 킬도우는 "정말 우리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이라며 "본은 항상 110%의 힘을 다했고, 그 이하로는 절대 안 된다. 온 마음을 다해 경기에 임했는데, 때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스키는 정말 위험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이들은 본에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2006년 토리오 올림픽을 앞두고도 심각한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48시간도 되지 않아 예정된 4종목에 모두 출전했고 2019년 세계선수권 당시 측부인대가 없는 상태에서도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요한 엘리아쉬 국제스키연맹(FSI) 회장 또한 "정말 비극적인 일"이라며 "하지만 어쩌겠나. 스키 경주다. 본을 잘 아는 저로선 2030년 프랑스 알프스 올림픽에서 그가 우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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