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올림픽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했다."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머리부터 떨어지는 충격의 1차 시기 이후 스스로도 자신감을 잃었다. 2차 시기에도 넘어졌다. 그렇기에 더욱 놀라운 반전드라마였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으로 88.00점의 클로이 김(28·미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동계 올림픽 역사상 처음 나온 금메달이다. 2018년 평창에서 이상호(31·넥센윈가드)가 한국 설상에 첫 메달을 선사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스노보드 알파인 김상겸(37·하이원)과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유승은(18·성복고)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최가온은 한국 스노보드의 전성시대를 알리는 금빛 연기를 펼쳤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최가온의 엄청난 반전 스토리를 소개하며 "17세 소녀의 믿을 수 없는 회복력과 기술"이라고 감탄했다.
보는 이들을 들었다 놨다 한 경기였다. 치명적인 허리 부상으로 수술 후 1년 간 재활에 매달려야 했던 최가온은 복귀 후 3연속 월드컵 정상에 오르며 금메달 1순위 후보였으나 예선을 6위로 마쳤다.
이날 1차 시기에선 두 번째 점프캡 더블 1080(세 바퀴 회전)에서 착지 과정에서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보드가 립에 걸리면서 머리부터 떨어졌다. 현장은 일순간에 침묵에 빠졌다. 패트롤이 다가가 최가온의 몸 상태를 한참 동안 살폈는데도 한참 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두 번째 시기에선 첫 점프부터 다시 넘어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최가온 또한 "첫 시도 후엔 정말 펑펑 울었다. 여기서 올림픽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했다"며 "경쟁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울었다. 하지만 '할 수 있어. 계속 해야 해"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그 생각이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클로이 김이 1차 시기에서 88점을 받았고 누구도 쉽게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마지막 3차 시기에 나선 최가온은 처음 나서는 올림픽이었음에도 냉정하게 자신을 진단했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판단했고 3바퀴를 도는 전매특허 기술 대신 스위치 백 900, 캡 720, 프런트 사이드 900 등으로 안정적 선택으로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했고 이번엔 착지까지도 깔끔하게 해낸 최가온은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했다. 최선을 다한 최가온에겐 결과도 뒤따랐다. 전광판엔 90.25라는 최고점이 찍혔고 최가온은 눈물을 쏟아냈다.
최가온은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 같다. 정말 너무나 행복하다"며 "결승전에선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무릎이 조금 안 좋긴 하지만 행복으로 모든 걸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이 마지막 시기에서 미끌어지며 최가온의 우승이 확정됐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최가온은 포효하며 가족들에게 다가섰다.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아져 내렸다.
해외에선 클로이 김의 3연패 무산에 더 무게를 뒀다. BBC는 "17세 최가온, 클로이 김의 역사적 하프파이프 3연패 저지"라며 "마치 배턴이 넘겨지는 순간 같았다"고 최가온이 클로이 김과 나란히 시상대에 선 모습을 표현했다.
클로이 김은 자신의 실수로 최가온의 우승이 결정된 후에도 최가온에게 다가와 한참 동안 축하 인사를 건넸고 시상식에서도 최가온을 챙기는 면모를 보였는데 디애슬레틱은 "클로이 김은 자신을 꺾고 3연속 금메달을 저지한 최가온을 껴안으며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클로이 김의 품격있는 모습이었다"고 표현했다.
클로이 김은 "최가온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선수"라며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아이가 이젠 올림픽 시상대에서 제 옆에서 서 있는 걸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축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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