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두 투수가 모두 꿈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를 앞두고 고개를 떨궜다. 둘도 없는 단짝으로 특별한 케미를 자랑했던 선수들이지만 대회를 코앞에 두고 나란히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부상으로 인해 WBC 참가가 어려워진 삼성 원태인을 대체할 선수로 LG 유영찬을 확정하고 WBC 조직위에 선수 교체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김하성(애틀랜타)과 송성문(샌디에이고)가 일찌감치 부상으로 WBC 출전이 무산된 가운데 지난달 사이판 1차 캠프를 다녀왔던 문동주에 이어 최재훈(이상 한화)가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하더니 원태인까지 빠지며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원태인은 지난달 괌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던 도중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고 국내로 돌아와 검진을 받았으니 특별한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2차 스프링캠프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했으나 팔꿈치에 통증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지난 13일 다시 한 번 귀국해 정밀 검진에 나섰고 팔꿈치 굴곡근 1단계 부상 진단을 받았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는 소견이지만 문제는 WBC 개막이 3주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3주 가량의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태인은 이날 다시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올랐다. 기본적 체력 단련과 재활을 비롯해 부상 부위가 아닌 쪽의 훈련에 전념하며 최대한 재활시기를 앞당겨 시즌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하성과 송성문의 부상도 뼈아팠지만 이미 사이판 1차 캠프 말미에 불참이 확정됐다. 류지현 감독으로서도 사이판 캠프에서 모든 선수들의 몸 상태와 훈련 태도 등을 점검한 상황이었기에 이들의 이탈이 뼈아팠음에도 최종 엔트리를 구상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사이판 캠프에 참가했던 선수를 제외하고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한 건 한국계 선수들을 제외하면 부상으로 빠진 최재훈을 대신한 김형준(NC)이 유일했다.
다만 한국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문동주와 현 시점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원태인의 동반 낙마는 너무도 큰 손실이다.
원태인과 문동주는 'KBO의 톰과 제리'로 불릴 정도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남다른 케미를 자랑했다. 사이판 훈련에서도 캐치볼 파트너로 매일 같이 붙어 다녔다. 누구보다 시끄러운 기합소리로 훈련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다운 향상심으로 코치진이 미소를 짓게끔 했다.
이들을 대체할 마땅한 투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문동주의 경우 최종 엔트리 발표 시점 이전 부상이 터졌기에 누가 그를 대신하게 됐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류지현 감독은 "모두 우리의 명단에 있던 선수들이다. '대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원태인의 대체 선수로는 1차 캠프에 함께 했던 유영찬이 선택을 받았는데 그는 LG의 마무리 투수다. 억지로 선발 자원을 추가 발탁하기보다는 이미 능력이 검증됐고 함께 훈련을 하며 파악을 마친 불펜 투수를 뽑는 게 더 나은 선택지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현재 대표팀에서 지난해 선발 투수로 뛰었던 건 곽빈(두산)과 고영표, 소형준(KT), 류현진(한화), 손주영, 송승기(이상 LG)로 여유가 없는 편은 아니지만 류지현 감독은 앞서 1라운드에선 최대 65구의 투구수 제한이 있고 자칫 투수진이 무너질 경우 한 경기에도 여러 명의 선발 투수가 나서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갈 선수로 데인 더닝(시애틀)과 선발진 맏형 류현진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상황이다.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선 어떻게든 2라운드가 열리는 마이애미로 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힌 상황. 대표팀을 구할 특급 에이스가 나타날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이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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