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HD와 FC서울이 격돌한 1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후반 9분 만에 원정 응원에 나선 서울 팬들이 일제히 등을 돌린 채 응원가를 불렀다. 남은 경기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담긴, 그 정도로 승리를 확신했을 때 펼치는 이른바 '포즈난 응원'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서울 팬들은 포즈난 응원 직후 저마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잘 있어요' 응원가를 불렀다. 승리를 확신할 때 울산 서포터스가 상대 팀과 팬들을 향해 부르는 '잘 가세요' 응원가를 개사해 부르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응원가였다.
후반 9분 만에 펼쳐진 서울 팬들의 응원은 이날 두 팀의 경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서울은 전반에만 무려 3골을 몰아넣은 데 이어 후반 8분 송민규의 추가골까지 더해 한때 4-0으로 크게 앞섰다. 포즈난 응원과 잘 있어요 응원가가 울려 퍼진 시점 역시 송민규의 4번째 골이 터진 직후였다.
그만큼 경기력에서 서울이 울산을 압도한 경기였다. 이날 서울은 전반 3분 만에 균형을 깨트렸다. 측면 크로스를 송민규가 슈팅한 게 빗맞아 문전으로 흘렀고, 이를 후이즈가 문전에서 마무리했다. 7분 뒤엔 정승원의 코너킥이 상대 자책골로 연결됐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10분 만에 서울이 2-0으로 달아났다.
궁지에 몰린 울산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서울 수비 집중력은 그러나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29분 송민규가 역습 상황에서 찬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울산 골망을 시원하게 갈랐다. 침묵에 빠진 울산 서포터스석에선 이내 '정신 차려 울산' 외침이 전반 30분 만에 나왔다.
이미 두 팀의 승기는 크게 기울었다. 이런 가운데 후반 8분에 터진 송민규의 추가골은 사실상 두 팀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울산이 후반 말컹의 만회골 이후 그야말로 공세를 폈으나, 구성윤 골키퍼가 버틴 서울 골문을 더 열진 못했다. 이미 크게 기운 승기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전만 해도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두 팀의 맞대결이자 1·2위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예상을 벗어난 흐름이기도 했다. 실제 시즌 전 전북 현대나 대전하나시티즌과 비교해 덜 주목을 받던 두 팀은 이날 경기 전까지 서울이 5승 1무, 울산도 4승 1무 1패로 나란히 1·2위에 오르며 선두권 예상을 뒤흔든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서로를 마주했는데, 서울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끝났다.
심지어 서울 입장에선 무려 10년 만에 울산 원정에서 거둔 승리이기도 했다. 서울은 지난 2016년 4월 울산 원정 승리를 끝으로 13경기 연속 무승(4무 9패)이었는데, 이날 비로소 10년 징크스를 깼다. 2위 울산과 격차를 6점으로 벌린 것은 물론 개막 7경기 무패(6승 1무)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무엇보다 2위 울산을 적지에서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독주 체제'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김기동 서울 감독도 만족감을 표했다. 김 감독은 "전반전은 구상한 대로 퍼펙트한 경기를 했다. 후반전 막판은 상대가 몰아치는 상황이라 라인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갖고 잘 버텨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팀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다음 경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우승에 대한 목표를 직접 언급하기보단, 전반전에 보여줬던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어웨이에서 퍼펙트한 경기를 보여줬고, 그런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도 성장해야 한다"며 "우승을 다투는 팀들과 경기, 그것도 어웨이까지 와서 승리했다는 건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2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송민규는 "미래를 보지 않고 항상 한 경기 한 경기 무조건 승리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나아갈 생각"이라면서 "선수들과도 매 경기 이겨야만 되는 팀으로 맞춰보자, 지지는 말자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부분들이 소통을 통해 잘 맞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가파른 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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