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을 구해낸 수문장 김승규(FC도쿄)가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홍명보호의 값진 역전승을 완성했다. 1년 전 선수 생명을 위협받는 큰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민해야 했던 그가, 지옥 같은 재활을 견뎌내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기적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빛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랭킹 25위)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41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후반전 선제 실점을 극복하고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오현규(베식타시)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필드 플레이어들이 전방에서 대역전극의 서사를 쓰는 동안, 최후방은 김승규가 든든하게 지탱했다.
김승규의 눈부신 선방이 없었다면 홍명보호의 승리도 없었다. 한국은 2-1로 앞선 후반 막판 체코의 파상 공세에 시달렸다. 후반 37분, 체코의 아담 흘로제크(호펜하임)가 문전 혼전 상황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 순간 김승규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날려 슈팅을 끄집어내는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동점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김승규의 쇼타임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이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3분, 미할 사딜레크(슬라비아 프라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회심의 슈팅을 때렸으나 김승규는 다시 한번 집중력을 발휘해 몸을 날리며 공을 완벽하게 잡아냈다. 체코의 막판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완벽한 방점이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승규는 "전부터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고, 선수들끼리도 오늘 경기를 꼭 잡고 가야 한다고 다짐하며 나갔다"며 "먼저 실점했지만 다 같이 역전을 이뤄내 결과를 가져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막판 두 차례의 결정적인 슈퍼세이브에 대해서는 베테랑다운 겸손함을 보였다. 김승규는 "한국이 주도하는 경기였다. 오히려 체코가 찬스가 많이 없었는데 먼저 실점을 하게 됐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버리면 수비수들이나 골키퍼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공격수들이 역전 골을 넣어줬고, 마지막에 내가 선방을 한 것보다 팀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다"라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체코의 무기였던 고공 플레이와 롱스로인 전술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김승규는 "상대방의 세트 플레이와 롱스로인이 장점이라는 것을 미리 분석하고 대비했다"면서도 "하지만 생각보다 워낙 장신 선수가 많았다. 체코 선수들의 피지컬이 굉장히 좋았다. 알고 있는 패턴인데도 당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날 김승규에게 이번 승리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최근 태어난 사랑스러운 딸의 존재였다. 아빠가 된 김승규는 월드컵 일정으로 딸을 실물로 보지 못한 상태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에도 딸이랑 영상 통화를 했다. 지금까지는 계속 자고 있는 모습만 봤었는데, 오늘은 신기하게 출발 전에 눈도 제대로 뜨고 나와 눈을 많이 마주쳐줬다. 그 덕분에 오늘 피치 위에서 힘이 정말 많이 났다"고 미소 지었다.
부상의 아픔을 완벽하게 씻어내 감격하기도 한 김승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 다시 복귀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스스로 고민했던 시기였다"며 "그런 큰 부상을 이겨내고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선발로 나와 결과와 승리까지 했다. 지난날들이 되게 힘들었는데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다. 재활은 스스로 정말 힘들고 지칠 때가 많다. 지금도 부상에서 회복하며 힘들게 재활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면, 나를 보고 조금이나마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일주일 뒤 치러질 홈팀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은 180도 다른 분위기가 될 전망이다. 김승규는 "선수들이 다 같이 멕시코의 개막전을 지켜봤다"며 "국가를 부를 때부터 분위기가 엄청났다. 상대였던 남아공이 기가 죽고 분위기가 이미 넘어가기 시작하더라. 그런 엄청난 분위기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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