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에서 유격수는 특별한 포지션으로 분류된다.
우타자가 필연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그들이 당겨치는 수많은 타구는 유격수에게 더 많은 순발력과 수비 범위 그리고 체력을 요구한다. 타격 성적도 일정 이상은 받쳐줘야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기에 풀타임 유격수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LG 트윈스 오지환(36)은 KBO 리그 유격수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통한다. 경기고 졸업 후 2009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해 이날 이때까지 한자리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가 부상 혹은 부진으로 잠시 자리를 비울지언정 LG 내야 2루·3루 베이스 사이에는 늘 오지환이 있었다. 2009년 9월 2일 목동야구장을 시작으로 2026년 4월 16일 잠실야구장까지 무려 2000경기를 뛰면서 유격수 자리를 유지했다.
KBO리그에서 2000경기를 뛴 건 오지환까지 23명, 유격수로 2000경기 이상 소화한 건 고(故) 김민재 코치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하지만 한 팀에서만 유격수로 2000경기를 뛴 건 오지환이 역대 최초다. 오지환은 16일 잠실 롯데전을 마치고 2000경기 출장에 대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한 팀에서 2000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또 한 번도 포지션이 바뀌지 않고 유격수라는 포지션에서 이뤄낸 기록이라 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KBO 유일 대기록을 달성하기까지 역경도 많았다. 17년 전은 지금보다 더 신인 유격수에 대한 기준과 시선이 엄격했던 때였다. 더욱이 당시 오지환의 수비 스타일은 국내 지도자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오지환은 타고난 강견과 운동 신경으로 어떻게든 글러브에 닿는 타구를 처리하는 유형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중시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 KBO리그에서는 수십년간 타구의 정면에 몸의 중심을 맞춰 안정적인 송구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그 기준에서 오지환은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비슷한 유형이었던 강정호(은퇴)가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은 2015년부터 차츰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이후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수비를 완전히 뜯어고쳐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뒤에야 비로소 인정받았다. 그 과정에서 오지환은 말을 보태기보다 묵묵히 뛰는 쪽을 선택했다.
2000경기 대기록을 달성한 16일 경기는 왜 오지환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였다. 오지환은 그날도 선발 유격수로 출장해 상대 허를 찌르는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조용히 2루를 훔치고 홈 접전 상황에서 과감하게 슬라이딩하며 LG에 승리를 안겼다.
오지환은 "이런 기록이 있는 날이 많이 회자될 수 있는데, 이 경기에서 이겨서 다행이다. 내가 그런 걸 중요시하는 편이라 팀에 피해를 끼치는 걸 안 좋아한다"라며 "어릴 때는 그저 경기에 나가는 것이 좋았다. 그러면서 눈치도 많이 봤고 나 때문에 진 경기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20대 후반이 돼서야 조금씩 내 야구를 할 수 있었다. 하다 보니 야구가 재미있어졌는데 그동안 (내 야구를) 못했던 시간이 아깝고 생각났다. 어느덧 두 번의 FA를 하고 팀 내 고참이 돼 있었는데 더욱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편견과 역경을 이겨내고 끝내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인정받은 오지환의 역사는 동 포지션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최근 멀티 포지션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유격수로만 2000경기를 달성하는 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팀에서만 유격수로 2000경기 이상 뛴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의 남자 데릭 지터(52)다. 지터는 199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뉴욕 양키스에 지명돼 2014년 은퇴할 때까지 20년간 유격수로 활약했다. 총 5번의 월드시리즈 우승(1996년, 1998년~2000년, 2009년)을 이끌었고 월드시리즈 MVP(2000년)도 수상했다.
한국에서 비슷한 길을 걸어온 오지환의 꿈도 공교롭게 비슷하다. 오지환은 2023년 캡틴으로서 LG를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두 번째 우승 반지를 끼웠다.
오지환은 "나는 팀 성적이 최우선인 선수다. 당연히 우승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다. 고참이 돼서 2번의 우승을 해봤는데, 사실 무언가 해냈다는 느낌보단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최근에 많은 걸 누렸지만, 어린 시절 (남의 우승을) 지켜만 본 게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우승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래서 안주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앞으로 최소 3번의 우승을 더 하는 걸 목표로 했다. 오지환은 "총 5번 정도는 우승했으면 한다. 한 팀이 몰아서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 (팬들에게) LG 트윈스의 선수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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