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의 새 외국인 투수 케일럽 보쉴리(33)가 KBO 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데뷔 후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갈아치우며 KBO 리그 새 역사를 썼다. 단순히 압도적인 구위뿐만 아니라,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히 뺏는 '팔색조' 투구가 대기록의 원동력이었다.
보쉴리는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4탈삼진 무볼넷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무려 4경기에 나와서 4승 무패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고 평균자책점 역시 0.78 뛰어나다.
특히 이날 3회까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킨 보쉴리는 KBO 리그 역사상 최초로 '데뷔 후 20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인 2023시즌 에릭 페디(당시 NC·17이닝)는 물론, 키움 김인범이 보유했던 '데뷔 후'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19⅔이닝)마저 넘어선 역대 1위의 성적이다.
비록 6회 2실점을 하면서 '데뷔 후' 연속 이닝 무자책 기록 역대 2위로 올라선 보쉴리는 이제 2002시즌 조용준(당시 현대)이 세운 이 부문 역대 최고 기록인 29⅔이닝 경신에는 실패했다.
이날 KT 구단이 제공한 보쉴리의 투구 분석표에 따르면 그의 호투 비결은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구종 구사'에 있었다. 보쉴리는 이날 총 80개의 공을 던지며 무려 5~6가지의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상대적으로 투구의 궤적이 곧바로 오는 직구는 4개 뿐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구종의 다양성이다. 보쉴리는 주무기인 투심(32구)과 스위퍼(16구)를 축으로 삼으면서도 체인지업(15구), 커터(10구), 커브(3구) 등을 적재적소에 섞었다. 투심도 직구 계열 구종이지만 공의 움직임이 많아 보는 이에 따라 변화구로 분류되기도 한다. 직구 비중을 극도로 낮추면서도 최고 150km의 투심과 130km 초반대의 체인지업을 넘나드는 완급 조절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전히 뺏고 있다.
이날 보쉴리가 던진 80구 중 스트라이크가 55개(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은 약 2.2)에 달할 만큼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다양한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에 찔러 넣는 모습은 과거 '팔색조'로 명성을 떨쳤던 우완 투수 조계현(62)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다. 특히 보쉴리는 4경기에서 21개의 삼진을 뺏는 동안 볼넷은 5개일 정도로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보쉴리는 정규리그 첫 등판이었던 3월 31일 한화전(5이닝)을 시작으로 삼성전(6이닝), 두산전(6이닝)에 이어 이날 경기 5회까지 단 한 점의 자책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를 펼쳤었다. 지난 시즌 리그를 지배했던 코디 폰세(32·토론토 블루제이스)급의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를 마친 보쉴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실점 행진이 끊기긴 했지만 이어진 부분'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다. 솔직히 그래도 팀의 기록이다. 무실점을 위해 팀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뒤 통역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 사실 운이 많이 따라줘야 하는 부분이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웃었다.
4경기를 치렀지만 한국 야구에 적응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보쉴리는 "팀마다 야구하는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타자들이 매우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직구에 아주 공격적이다.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1년 내내 배움의 과정이다. 하지만 던질 때마다 즐거운 도전일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자책점과 다승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부분에 대해서도 "아주 멋진 일이긴 하지만, 다시 아침이 되면 나는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더욱 이 기록을 유지해야 하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압도적인 구위와 안정된 제구력, 여기에 무려 5가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는 영리함까지 갖춘 보쉴리가 과연 어디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야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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