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스 카드를 꺼내고도 패배에 빠졌다. 하위권으로 떨어진 팀을 구하기 위해 황준서(21·한화 이글스)가 나선다. 3번째 시즌을 맞아 드디어 잠재력을 터뜨릴 준비를 마쳤다.
황준서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두 시즌과 마찬가지로 선발과 구원을 오간 황준서는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 잭 쿠싱이 마무리로 보직을 옮기는 등 어수선한 마운드 상황 속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장충고를 거친 황준서는 2023년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야구 부문 대상을 수상할 만큼 고교 최정상 투수로 평가를 받았고 그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꽃길만 걸을 것처럼 보였으나 프로의 세계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두 시즌 모두 5점대 평균자책점(ERA)을 기록했고 그 사이 무려 16패가 쌓였다. 좋을 때의 투구는 매우 위력적이지만 시즌 후반이면 힘에 부치는 모습이 2년 연속 반복됐다.
3번째 시즌을 앞두고는 데뷔 직후부터 꾸준히 나온 체중 문제를 지우고자 노력했다. 단백질 보충제를 달고 살았고 5㎏ 이상을 찌웠다. 기술적으로는 정우주의 그립에서 힌트를 얻은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커브까지 섞으며 투구 패턴을 더욱 다양화하는데 힘썼다.

여기에 류현진의 마인드까지 더했다. 지난 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선발로 등판한 황준서는 4⅓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5회 1사 1,3루에서 주자를 남겨두고 내려왔는데 후속 투수가 홈런을 맞아 실점이 늘어난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이후엔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18사사구로 팀 KBO 최다 사사구 불명예 기록을 쓴 지난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명의 투수 중 유일하게 사사구를 허용하지 않은 투수가 황준서였다.
다음날 선발 등판한 윌켈 에르난데스가 1회도 채우지 못하고 7실점한 뒤 강판됐고 황준서는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갑작스런 등판이었음에도 3이닝 동안 67구를 던져 2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4명의 투수 중 유일한 무실점 투수이기도 했다.
올 시즌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이고 있다. 첫 시즌과 달리 지난해엔 볼넷을 절반 가까이 줄였으나 득점권에선 피안타율이 0.348로 높았다. 지난 두 시즌 성적이 비슷했던 이유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확실히 달라졌다. 4경기 8이닝 동안 1패 ERA 3.38을 기록 중인데 특히 득점권에서 피안타율이 0.083(12타수 1피안타)으로 압도적이다. 팀 내에서 류현진(6타수 무피안타)의 바로 뒤를 잇고 있다. 증량한 덕분에 공에 힘도 더 실리고 무기를 다양화하며 타자들을 상대하기 수월해졌다. 더불어 공격적인 투구까지 합쳐지며 전체 1순위의 잠재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황준서는 "확실히 커브와 슬라이더가 있으니까 작년보다 좌타자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커브를 많이 활용을 하려고 하니까 승부가 잘 되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우타자에겐 더욱 공격적으로 몸쪽 공을 뿌리면서도 오히려 주무기인 포크볼 빈도를 줄여 그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더 다양해진 선택지로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결정적인 순간 급격히 가라앉는 포크볼은 타자들로서 스윙을 참기 힘들게끔 만들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마운드 위에서의 생각 변화다. 팀이 18사사구 충격에 빠진 직후 투수진 모임이 있었다. 황준서는 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공개했다. 류현진이 "볼넷을 내주느니 차라리 맞자. 최대한 볼넷을 줄이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차라리 맞다"고 투수들에게 과감한 승부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황준서는 그대로 이행했다. 최근 경기들을 돌아본 황준서는 "맞더라도 스트라이크에 넣자는 마음으로 던졌다"며 "그냥 가운데 보고 던지면 끝에 걸칠 때도 있다. 그게 저에게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구위가 좋아졌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기 때문에 직구를 던진다고 다 안타 되는 것도 아니고 파울이 나기도 하니까 그런 데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불펜이 무너지며 황준서를 중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지난 15일 이후 황준서는 마운드에 올려보내지 않았다. 선발로 다시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었고 결국 이날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고 있지만 이 또한 문제될 게 없다고 자부한다. 황준서는 "제가 1년 차 때도, 2년 차 때도 해봐서 올해는 익숙하다"며 "선발도 자신 있고 어디에서 나가든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