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사령탑에게서 KIA 타이거즈 유격수 김도영(23) 시나리오가 나왔다.
KIA 이범호 감독은 22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제리드) 데일이 2루나 3루를 갈 수 있다고 하면 (김)도영이를 유격수 연습을 시키면서 언제 할 수 있을지 확인하려 한다"고 밝혔다.
기존 유격수 데일의 계속된 범실 탓이다. 올 시즌 KIA는 FA로 떠난 박찬호(31)의 빈자리를 호주 국가대표 출신 유격수 데일로 메우려 했다. 박찬호는 지난 11년간 안정적인 수비로 KIA 내야를 책임졌던 유격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기존 유격수 자원으로는 박찬호의 공·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 세 번째는 KIA가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라는 점이다. 어떻게든 한 번 더 우승을 해야 하는 KIA 입장에선 과거 박찬호를 육성할 때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그 때문에 데일의 영입은 차세대 유격수를 키우기 위한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였다. 당장의 공백은 데일로 메우고 국내 자원들이 그와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길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시즌 초반만 놓고 보면 실책에 가까워 보인다. 데일은 타격면에서 20경기 타율 0.303(76타수 23안타) 1홈런 6타점 13득점 1도루, 출루율 0.365 장타율 0.395 OPS(출루율+장타율) 0.760으로 나쁘지 않다.
수비가 가장 중요한 포지션에서 수비가 문제였다. 22일 경기까지 데일은 7번의 실책으로 전 포지션 통틀어 범실 리그 1위다. 단순히 실책 수가 많은 것이 아니라 유격수에게 필요한 넓은 시야와 냉철한 판단이 결여된 플레이가 KIA를 실망스럽게 했다.

가장 최근에는 21일 수원 KT전 1회말 최원준의 타구를 1루로 악송구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2루 베이스를 지나친 이 타구는 최원준의 빠른 발을 고려했을 때 1루에서 잡기가 힘들었다. 잡아낸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했으나, 무리한 송구로 추가 진루를 허용해 실점의 빌미를 마련했다.
이에 이범호 감독은 "유격수라는 포지션이 부담스러운 자리다. (김)선빈이가 다리가 조금 안 좋으니까 2루를 보게 하고 3루도 가게 하는 등 여러 가지로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 등 공격력은 갖췄다. 수비보다 공격에서 팀에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2루가 안 되면 1루라도 볼 수 있는 방안을 선수하고 이야기 중이다. 만약 3루도 갈 수 있다고 하면 (김)도영이를 유격수 연습을 시킬 수 있다"고 유격수 김도영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동안 유격수 김도영은 KIA 구단 관계자들에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고교 시절부터 미국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들도 인정한 운동능력과 스피드로 프로에서 유격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잦은 부상과 프로 적응을 문제로 3루수로 시작했고, 어느덧 5년 차가 됐다.
KIA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까진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입지가 확고했다. 박찬호 가 김도영의 데뷔 시즌인 2022년부터 타격 잠재력도 터트렸다. 그와 달리 김도영은 2024년을 제외하고 냉정하게 유격수를 소화할 기량도 건강도 보여주지 못했다.
비슷한 조건에서 유망주 성장을 위해 기량이 물오른 주전 유격수를 제친다는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 오히려 박찬호의 존재 덕분에 김도영 역시 프로에 완벽히 적응할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이 합당하다.

하지만 이제는 유격수 김도영 육성을 위한 명분도 갖춰지고 있다.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주는 유격수를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걸 리그 내 다른 유격수들과 데일이 입증했다. 결국 기존 자원에서 찾아야 한다면 김도영은 기회를 줘야 할 1순위로 꼽힌다.
역시 관건은 김도영의 건강이다. 김도영은 지난해만 양쪽 햄스트링을 번갈아 다치며 걱정을 샀다. 당장 이날(22일) 경기만 해도 좋지 않은 곳에 타구를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김도영을 보며, 지난해 햄스트링 악몽을 떠올린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에게 최대한 무리를 안 주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어제(21일)도 도영이가 1루에서 홈까지 두 번이나 (전력 질주로) 들어왔는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 유격수 준비를 확실히 하고 들어온 시즌도 아니고, WBC에 다녀온 선수들이 다치는 일도 많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선수의 미래와 팀을 위해서라도 유격수로 가야 한다는 건 생각하고 있다. 다만 시즌 초반부터 빨리 몸을 만들고 큰 대회를 치렀기 때문에 아직은 부담 주고 싶지 않다. 일단은 팀이 가진 선수들을 다 활용해서 차근차근 해볼 생각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당장은 수비가 중요한 경기에서 박민(25)과 정현창(20) 등이 우선적으로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으로 나가야 할 때는 데일이 출전할 것이 유력하다. 그 사이 김도영은 차츰 유격수 수비 훈련을 받으며 선발 기회를 노린다. 그전에 김도영은 우선 KIA 구단 내부의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어제(21일)도 홈까지 들어오긴 들어와야 하는데 안 들어오면 어쩌나 싶다가도 한 경기보다 더 중요한 것(건강)들이 있다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유격수를 가면 뛰면서 백업도 해야 하고 해서 다리에 피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몸을 빨리 만들어서 큰 대회를 많이 치른 것에 대한 부담이 있지 않을지 조금 걱정된다"고 긴장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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