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제레미 비슬리(31)가 험난한 KBO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본인의 기량과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터지는 아쉬운 수비 탓이다.
비슬리는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1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눈부신 호투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상대 선발 애덤 올러의 9이닝 3피안타 무실점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호투에 롯데가 0-4로 패하며 비슬리도 시즌 2패(1승)를 기록했다.
김도영에게 7회말 허용한 홈런을 제외하면 흠 잡을 곳 없는 투구였다. 비슬리는 최고 시속 155㎞의 빠른 공과 포크, 스위퍼, 투심 패스트볼, 커터를 던져 6회까지 매 이닝 삼진을 솎아냈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스위퍼에 KIA 타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구종이 워낙 다양해 대비해도 끝내 방망이를 헛돌릴 수밖에 없었다. 좌타자들도 뚝 떨어지던 포크가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향해 똑 하고 떨어지니 타이밍을 맞히기 힘들었다. 그 탓에 KIA 타자들의 안타는 7회 전까지 빗맞은 행운의 타구가 전부였다.

단 한 번의 실투가 승패를 갈랐다. 7회말 김도영에게 던진 스위퍼가 한가운데 몰렸고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이때부터 비슬리도 조금씩 흔들렸다. 아쉬운 수비는 비슬리를 심적으로도 무너트렸다. 나성범의 좌중간 2루타 이후 한준수의 타구가 외야 중앙으로 향했다. 이때 한준수의 타구는 빠르지 않아 중견수 뜬공이 될 법했다.
하지만 한준수의 장타를 의식해 담장에 더 가까이 있던 중견수 신윤후의 스타트가 느렸다. 타구가 잡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탓인지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지 않았고 결국 중전 안타로 기록했다. 결국 대타 고종욱의 우전 1타점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비슬리는 추가 실점했다. 행운의 안타에 웃는 한준수와 아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비슬리가 대비돼 지켜보던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실 그동안의 경기를 돌이켜본다면 비슬리의 아쉬움도 이해될 법했다. 올 시즌 총액 100만 달러 계약으로 롯데에 입단한 비슬리는 엘빈 로드리게스(28)와 함께 많은 기대를 받았다. 최고 시속 155㎞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줄 아는 원투펀치로서, 지난해 한화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가 떠오른다는 예상이 많았다.
기대와 달리 지금까지 표면적인 비슬리의 성적만 보면 실망에 가깝다. 5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44, 24⅓이닝 5볼넷 32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0, 피안타율 0.290으로, 평균자책점 기준 리그 20위권 성적이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고작 두 번에 그쳤는데, 세부 지표를 보면 시쳇말로 억까(억지로 까다)도 이런 억까가 없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만 놓고 보면 푸대접 수준이다. FIP는 야수 수비, 구장 환경 등 투수가 관여할 수 없는 요인은 배제해 투수 본연의 기량을 가늠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FIP를 구하기 위해 쓰이는 변인도 사사구(고의사구 포함), 삼진, 홈런, 이닝만 쓰인다.
비슬리의 FIP는 1.89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지난해 KBO 최초 외국인 투수 4관왕 및 MVP를 수상했던 폰세의 1.92와 비슷한 수치다. 또한 FIP 2위가 이날 9이닝 완봉승을 달성한 올러의 2.50일 정도로 차이가 크다. 평균자책점과 FIP의 차이도 2.55로 비슬리가 압도적인 1위다. 2위는 1.46의 잭 로그(두산 베어스)로 차이가 상당하다. FIP도 한계가 있는 지표지만, 비슬리가 가진 기량에 비해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른 세부 지표도 비슬리가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 입증한다. 비슬리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11.84개로 규정 이닝을 달성한 투수 중 1위다. 9이닝당 볼넷도 1.85개로 리그 8위로 어딜 가나 리그 1선발급이다. 하지만 유독 비슬리의 경기만 되면 수비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4일 부산 SSG전도 그랬고, 직전 경기였던 18일 부산 한화전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한화전에서는 파울플라이 타구도 본인이 직접 잡으려고 달려들다 어지럼 증세로 강판당하기도 했다.
비슬리에만 국한된 불운은 아니다. 롯데 선발 투수들은 평균자책점 3.32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투구 이닝도 평균 5이닝 이상으로 리그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있지만, 챙긴 선발승은 고작 6승(9패)뿐이다.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집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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