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 차려, 수원!"
수원 삼성과 대구FC의 하나은행 K리그2 2026 11라운드가 열린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은 수원 서포터스의 거센 야유로 가득 찼다. 서포터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원 선수단이 인사를 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과정에선 "정신 차려, 수원" 외침이 거듭 울려 퍼지기도 했다.
팬들의 비판은 비단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간절함을 증명하라', '투혼 없이 승격 없다', '베짱이를 위한 응원은 없다', '이 함성에 승리로 보답하라', '간절하긴 하냐?' 등 걸개가 수원 응원석 곳곳에서 펼쳐졌다. 킥오프 전에도 이미 펼쳐졌던 이 걸개들은, 이날 수원의 결과와 맞물려 더욱 날 선 비판적인 의미가 더해졌다.
이날 이정효 감독이 이끈 수원은 대구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전반 한때 슈팅 수에서 0-6으로 밀리고, 첫 슈팅이 전반 29분에야 나오는 등 경기 초반 흐름을 잡지 못했다. 그나마 전반 중후반 이후 결정적인 기회들을 여러 차례 만들었고, 전·후반 모두 마지막 15분 볼 점유율이 60% 안팎을 유지하며 공세를 펼쳤으나 끝내 결실을 맺진 못했다. 골대를 강타하는 슈팅이 나오는 등 골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직전 라운드에서 수원FC에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던 수원은 결국 최근 2경기 연속 무승(1무 1패)의 늪에 빠졌다. 수원이 이번 시즌 2경기 연속 무승에 그친 건 지난달 충북청주(0-0무), 김포FC전(0-1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시즌 성적은 7승 2무 2패, 승점 23이 됐다. 한 경기 덜 치른 선두 부산 아이파크(승점 25)에 2점 차 2위다.
이제 겨우 11경기를 치른 데다, 시즌 성적이나 순위를 보면 수원 팬들의 비판이나 야유는 다소 이른 감도 있다. 다만 최근 6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팬들의 아쉬움 역시 이해가 될 만하다. 개막 5연승으로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수원은 최근 6경기에선 2승 2무 2패에 그치고 있다. 이정효 감독 부임 효과와 맞물려 압도적인 우승과 승격을 기대했던 수원 팬들의 기대감은 최근 급격한 하락세와 맞물려 금세 아쉬움과 실망감으로 바뀐 상황이다.
비단 성적뿐만 아니었다. '간절함'이나 '투혼', '베짱이' 등 이날 팬들이 펼쳐 보인 걸개의 주요 키워드들이 말해주듯 팬들의 아쉬움은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경기력과 태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골이 절실했던 후반 막판 과감한 공격 시도 대신 후방이나 측면으로 공을 돌리거나 공격 템포를 오히려 늦추는 장면에서 거센 야유가 쏟아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경기 후 선수단과 함께 인사하면서 팬들의 야유와 비판 걸개를 직접 본 이정효 감독은 "마음에 안 들면, 당연히 (야유를) 할 수 있다. 그런 건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온 팬분들은 기분이 나쁘면 표현할 수 있다. 저 또한 기분이 나쁘면 표현한다. 사람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팀 내부에서 보는 분위기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효 감독은 "팀은 준비한 대로 발전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팀 내부에서는 바뀌려는 모습들이 보인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한 번에 열 발자국, 다섯 발자국 나가는 건 아니지만 손 한마디, 반걸음 정도라도 매 경기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비판과 별개로 팀 내부에서 보는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수원 핵심 미드필더인 고승범은 "팬들의 야유는 결과를 못 보여드렸기 때문에, 선수들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저희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걸개가 걸렸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결국 저희가 잘하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그리고 팬분들도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지금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야유를 계속 받는다고 주눅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승범은 "힘든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시련도 있을 수 있다. 거기서 무너질 게 아니다. 결국 뒤집을 수 있는 것도, 다시 보여드릴 수 있는 것도 선수들이다. 팬분들도 그런 모습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걸개나 야유를 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생각해서 다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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