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율 0.213(75타수 16안타) 1홈런 9타점, 0.364(44타수 16안타) 6홈런 15타점.
올 시즌 노시환(26·한화 이글스)의 타순별 성적이다. 4번에서 5번으로 한 계단 내려섰을 뿐이지만 놀랄 만한 차이가 발생했다.
노시환은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만루 홈런 포함 6타수 3안타 3삼진 5타점 1득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11-5 승리를 견인했다.
1회초부터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푸짐한 밥상이 차려졌다. 황영묵이 몸에 맞는 공, 요나단 페라자가 안타, 강백호가 볼넷을 출루했고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노시환은 초구부터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존 상단으로 들어오는 시속 144㎞ 직구를 강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KBO 시즌 6번째이자 개인 통산 3번째 만루 홈런이었다.
수비에서도 류현진을 도왔다. 3회말 수비에서 권혁빈 강습 타구를 몸으로 막아낸 뒤 빠르게 송구, 주자를 처리했다. 류현진이 직접 다가가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2회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던 노시환은 4회 1사 2,3루에서 우중간 방면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내며 8번째 점수를 만들었다. 이후 키움의 선발 배동현이 결국 강판됐다.
삼진 3개를 당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타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올 시즌 처음으로 5타점 경기를 펼쳤다. 2홈런을 터뜨렸던 지난해 4월 16일 SSG 랜더스전 이후 1년여 만에 5타점을 장식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타율은 0.157까지 하락했고 결국 2군에 다녀와야 했다. 이후 서서히 감각을 끌어올린 노시환은 5월 들어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5월 치른 10경기에서 타율 0.364(44타수 16안타) 6홈런 15타점으로 완벽히 반등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타자들이 앞에 잘 깔아줘서 너무 좋았다. 베이스가 가득 찼다 보니까 공격적으로 치려고 했다"며 "초구부터 투수가 분명히 카운트를 잡고 시작할 것 같아서 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타격을 했는데 운이 좋아서 잘 됐던 것 같다. 솔직히 제가 친 것보다는 앞에 선수들한테 고맙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공을 돌렸다.
3연승과 함께 공동 6위로 뛰어올랐다. 이제 5위 두산 베어스와 승차는 1경기까지 줄어들었다. 노시환은 "연승을 하니까 너무 좋다. 제가 잘 쳐야 팀이 이기는데 초반에 계속 안 좋아서 팀에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타격폼을 잘 유지해서 계속 많은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살아날 수 있었던 데엔 심리적인 영향이 가장 컸다. 노시환은 "자신감이 제일 큰 것 같다. 안 좋을 때는 타석에서 자신감이 없다"면서도 "생각도 많아지고 타석에서 투수와 싸움을 못 하고 계속 저 자신과 싸움을 하는데 지금은 생각 없이 무심 타법으로 투수만 보고 상대하기 때문에 그게 제일 크게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점 1위에 올라 있는 강백호와 함께 중심 타선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노시환은 "(강)백호 형이 너무 잘 치고 앞에서 볼넷으로도 많이 나가고 있다. 득점권에서 백호 형이 워낙 좋으니까 승부를 잘 안 해서 저에게 찬스가 많이 걸린다"며 "그런 부분에서 시너지가 잘 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앞에서 밥상을 깔아줘서 너무 고맙다. 백호 형 덕분에도 제가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노시환의 반등은 타순 변경과도 궤를 같이 한다. 노시환은 2023년 이후 줄곧 한화의 4번 타자 자리를 지켰으나 올 시즌 극심한 부진과 강백호의 합류와 함께 자리를 맞바꾸게 됐고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노시환 또한 "4번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었는데 5번이 편하다(웃음). 백호 형이 계속 앞에서 깔아줘서 그런지 타점 찬스도 많이 걸리고 지금은 5번이 편하다"며 "잘 맞고 있기도 하고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타점과 함께 홈런도 쏟아지고 있지만 노시환은 장타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간결하게, 강한 타구를 보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그게 계속 홈런이 나오는 이유 같다. 가볍게,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느낌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홈런 이후엔 어김없이 벨트를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다.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문동주의 벨트다. "지금 잘 차고 있다. (문)동주가 기운을 주고 간 것 같다. 계속 뿌듯하다고 하고 고맙다고도 하고 백호 형과 저에게 감사하다고 하더라"며 "홈런 칠 때마다 동주 보라고 할 예정이다. 그럴 때마다 자기 벨트가 기운이 좋다고 연락이 온다. 허리를 고정시켜주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좋다. (벨트가 끊어지면) 제작을 해야 될 것 같다. 기운이 전달돼야 하니까 제가 제작하는 게 아니라 직접 제작해서 달라고 해야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반등세를 타고 있는 만큼 팀 성적에 대한 기대도 크다. 노시환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고 이대로만 한다면 충분할 것 같다. 보완할 건 없는 것 같다. 투수들도 열심히 던져주고 타자들도 열심히 치고 8연승, 9연승 하다 보면 위에 가 있을 것이다. 우리 한화 이글스는 걱정 안한다"며 "작년에도 초반에 워낙 안 좋았지만 흐름을 한 번 타면 올라온다. (채)은성 선배님이나 부상자들이 올라오면 팀이 더 강해질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부상자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지금 있는 선수들이 잘 버틴다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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