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회의 석상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폭언을 쏟아내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킨 기타노 다카히로 전 일본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연맹 회장이 결국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가운데, 현지 선수들 사이에서조차 "터질 게 터졌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 매체 'TBS'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봅슬레이 전 일본 대표 출신인 무라카미 겐지와 가네코 요시테루는 도쿄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감행된 기타노 전 회장의 사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 무라카미는 "이번에 폭로된 차별적인 발언과 무관하게, 이미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는 '언젠가 저런 문제 발언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항상 나누고 있었다"며 "이 한마디로 연맹 내부 분위기가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기타노 전 회장은 평소에도 특정 국가를 향해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직접 들은 얘기"라며 기타노 회장의 혐오 발언이 일회성 실수가 아닌 고질적인 행태였음을 시사했다.
앞서 일본 매체 '슬로우 뉴스'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녹취 데이터에 따르면 기타노 전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대책 회의에서 전력 강화 담당 이사에게 인격 모독성 폭언을 퍼부었다. 당시 행정 실수로 인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허망하게 날려버린 연맹 측의 실책을 수습하는 자리에서 피해 이사가 단체 및 선수 지원 체계 개선을 제안하자 기타노 전 회장은 논의를 가로막으며 "결과를 보고 분석하는 것 따위는 '바보라도, 조센징(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국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차별 비속어를 사용해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기타노 전 회장은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부회장직까지 겸임하고 있던 일본 동계 스포츠계의 거물이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대한민국 2018평창기념재단을 직접 방문해 평창슬라이딩센터 활용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한일 우호를 강조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일본 연맹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평소 "한국은 신용할 수 없다"는 편견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한국 측의 협력 제안을 묵살해 왔고, 선수들에게도 "회장이 한국을 싫어해서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공공연하게 돌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의 심각성이 올림픽 헌장을 위배한 인종차별 파문으로 확산되자, 기타노 전 회장은 결국 지난 12일 JOC 부회장직과 일본 연맹 회장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연맹 내규상 임기 상한인 12년을 넘겨 14년째 자리를 독점해 오던 독재 체제가 망언 하나로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렸다.
독단적인 수장의 퇴진 소식에 일본 동계 스포츠계 현장에서는 오히려 안도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라카미는 기타노 전 회장이 물러나자 "이제야 연맹이 정상화될 것이라 믿고 '다시 한번 현역으로 복귀하겠다'고 말하는 동료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가네코 역시 "그동안 현역 선수들이 안심하고 마음껏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활동해 왔다"며 수장의 사퇴를 계기로 연맹의 전면적인 쇄신을 촉구했다.
가해 당사자가 스스로 직위를 내려놓고 일본 현지 선수들까지 나서서 연맹의 고질적인 문제를 규탄하고 있는 반면, 정작 피해 당사국인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대처는 씁쓸함을 남겼다. 한국 연맹은 일본 측으로부터 사과 서신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공식적인 추가 입장 표명이나 항의 계획은 없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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