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무려 26년 만에 메달을 따낸 루마니아 여자 대표팀이 승리의 기쁨에 취해 벌인 '도 넘은 세리머니'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탁구대 위로 선수들이 단체로 뛰어오르는 바람에 상판이 내려앉는 기물 파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대회 조직위원회 측은 "다음 경기 직전 터진 심각한 골칫거리였다"며 뒤늦게 폭로했다.
사건은 지난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여자 준준결승(8강전) 직후 발생했다. 이날 루마니아는 프랑스를 3-1로 꺾고 4강 진출과 동시에 동메달 결정전이 없는 대회 규정상 동메달을 확보했다. 루마니아 여자 탁구 역사상 2000년 대회 이후 무려 26년 만에 시상대에 오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문제는 매치 포인트가 끝난 직후였다. 감격을 주체하지 못한 루마니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등 5명이 그대로 코트 중앙에 있는 탁구대 위로 올라탄 뒤 환호한 것. 승리의 기쁨을 표현한 세리머니였지만, 이는 현장에 있던 대회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일본 매체 디 앤서가 1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회 조직위원회를 겸했던 잉글랜드 탁구협회 공식 채널은 최근 "루마니아가 런던 대회에서 탁구대를 거의 부술 뻔했던 순간"이라는 제목의 폭로성 글을 게재하고, 크리스 뉴턴(Chris Newton) 대회 운영 책임자의 인터뷰를 통해 긴박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
뉴턴은 "선수들이 올라간 뒤 완전히 수평을 유지해야 할 탁구대 상판의 한쪽 면이 약 0.5cm나 아래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대회에 사용되는 공인 탁구대는 약 250kg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로 매우 견고하게 제작되지만, 성인 5명의 무게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휘어진 것이다.
관계자들을 가장 절박하게 만든 건 '시간'이었다. 규정상 불과 15분 뒤에 같은 테이블에서 다음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인 탁구대는 아주 미세한 수평 오차로도 탁구공 바운드가 달라져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직위는 즉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예비 탁구대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테이블 밑으로 방송용 마이크와 카메라 카메라 케이블 등 14개에 달하는 복잡한 배선이 엉켜 있어 교체 시 다음 경기가 최대 2시간 이상 지연될 위기였다고 한다.
결국 기술진이 현장에 긴급 투입돼 사투를 벌였다. 뉴턴은 "4개의 고정 나사와 4곳의 다리 높낮이를 전부 다시 조정해야 하는 정밀한 작업이었다. 수평계를 동원해 몇 번이고 치수를 측정하며 간신히 다음 경기 전에 수정을 마쳤다. 엄청난 수고가 들어간 진땀 나는 작업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다행히 조직위의 신속한 대처로 대회 운영에 차질은 없었지만, 루마니아 대표팀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뉴턴은 "감정을 분출하는 세리머니 자체는 정말 멋진 표현이지만, 그 부분은 다른 경기와 대회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일침을 날렸다.
아울러 조직위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탁구연맹 기술 임원들에게 "향후 열리는 모든 규모의 대회에서 이 같은 '돌발 파손 사건'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즉각 교체 가능한 예비 탁구대를 경기장 인근 호텔에 상시 확보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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