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숨 막히는 난타전. 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데뷔 12년 차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웅빈(30)의 방망이였다. 생애 첫 1군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직후, 기쁨을 만끽할 법도 한 김웅빈의 눈시울은 오히려 붉어져 있었다. 오랜 무명 생활의 설움,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켜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김웅빈은 19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 3루수 겸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김웅빈은 상대 마무리 투수 조병현의 3구째 시속 146km 몸쪽 낮은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고척돔 가장 깊은 곳을 넘기는 중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는 130m에 달하는 큰 타구였다. 팀의 2연승을 이끄는 짜릿한 끝내기 홈런이기도 했다.
2015 신인 드래프트로 프로 무대에 입단한 김웅빈이 1군에서 처음으로 맛본 끝내기 안타이자 홈런이었다. 그는 홈런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앞선 경기에서 실책을 하는 바람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라며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사실 김웅빈에게는 매 타석이 '생존의 갈림길'과도 같다. 2015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7번으로 꽤 높은 순위로 SK 와이번스(현재 SSG 랜더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2016시즌을 앞두고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좀처럼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23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줄곧 1군보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2024시즌 12경기, 2025시즌 10경기 출전에 그치며 조금씩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었다. 응원해 주는 이들에게 보답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털어놨다.
2군에서 조급함으로 가득했던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지도자들의 따뜻한 한마디, 그리고 집에서 커가는 두 아이와 아내였다. 김웅빈은 힘든 시절 힘이 되어준 은인들로 허문회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오윤 키움 현 퓨처스 감독을 꼽았다. "허 감독님은 항상 '너 재능 있으니까 버텨라'고 하셨고, 오윤 감독님도 '조금만 더 하면 기회가 오니까 버텨라'며 동기부여를 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그는 올해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기회는 신이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한 경기 한 타석을 소중히 여기며 후회 없이 야구하자고 다짐했다"는 속마음도 고백했다.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묻자 김웅빈은 결국 참았던 울컥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그의 아내였다. "와이프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첫째가 36개월이고 둘째가 8개월인데, 제가 2군에만 있는 동안에도 뒤에서 늘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줬다. 보답을 너무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김웅빈이다.
비슷한 또래 친구들의 진심 어린 축하도 그를 울렸다. 경기 직후 '절친' 임병욱이 달려와 그를 꽉 껴안아 주었을 때 참 많은 감정이 스쳤다. "(임)병욱이를 비롯해 (임)지열이, (하)영민이, 그리고 지금 수술한 (김)태진이까지 다 친한 친구들이다. 특히 병욱이와는 최근까지도 2군에서 같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제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그렇게 안아준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가장 무거운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19일 SSG전 만큼은 고척돔의 영웅이 된 김웅빈. 아내에게 바친 눈물의 첫 끝내기 홈런을 발판 삼아, 그가 진정한 1군 붙박이 내야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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