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박철순, 2004년 박명환. 그리고 다시 한 번 22년을 돌아 베어스 소속 토종 투수로서 평균자책점(ERA) 왕에 도전하는 투수가 있다. 스무살 괴물 투수 최민석이다.
최민석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90구를 던져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쳐 시즌 4승(무패)째를 챙겼다.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최민석은 데뷔 시즌부터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17경기에서 77⅔이닝을 소화했고 3승 3패, ERA 4.40으로 가능성을 남겼다.
올 시즌 잠재력을 폭발하고 있다. 4월 5경기에서 3연승을 달리며 ERA 1.82로 맹활약했고 5월 두 경기에서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휴식을 위해 2군에 다녀온 뒤 이날 커리어 최고 피칭을 펼쳤다.
NC가 작정한 듯 9명 중 7명 좌타 일색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으나 최민석은 경기 초반부터 좌타자의 몸쪽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5회 2사까지 4개의 탈삼진 포함 단 한 명에게도 출루를 허용치 않았는데 좌타자에게만 삼진을 잡아냈고 결정구는 모두 몸쪽 공이었다.

5회 2사에서야 퍼펙트가 깨졌다. 도태훈과 치열한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고 결국 볼넷을 허용했고 이어 박시원에겐 첫 안타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2사 1,3루에서 NC가 부상에서 복귀한 맷 데이비슨 대타 카드를 꺼냈으나 최민석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 스스로 불을 껐다.
6회가 아쉬웠다. 최정원을 삼진으로 잡아냈는데 포일로 공이 뒤로 빠져 1루를 내줬고 이어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한석현의 안타 때 이날 첫 실점을 했다. 자책점으로는 기록되지 않았다.
7회를 단 10구 만에 삼자범퇴로 마친 최민석은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 더 던질 수도 있지만 오는 2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한 주의 마지막을 장식해야 하기에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선발 최민석은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경기를 지배했다. 휴식 기간 준비를 잘한 덕분에 공격적인 피칭을 했고, 타자들이 넉넉하게 득점 지원을 해주며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날 완벽한 투구로 최민석은 개인 4연승을 달렸고 더불어 ERA를 2.17까지 떨어뜨리며 2위 아리엘 후라도(삼성·.ERA 2.33)를 제치고 이 부문 리그 1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좌타자 피안타율이 0.294로 우타자(0.192)에 비해 매우 약했지만 올 시즌엔 확 달라졌다. 여전히 우타자(0.193)를 상대할 때 더 강했지만 변화 추이가 주목할 만하다. 우타자 상대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하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도 0.210을 기록, 놀랄 만한 변화가 생겼다.
다양해진 레퍼토리와 더 과감해진 몸쪽 승부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양의지는 경기 후 "민석이가 쉬고 와서 공의 힘이 좋았다. 오늘 전력 분석하면서 구상한대로 너무 제구도 잘 되고 빨리빨리 승부하면서 잡은 결과 너무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어린 친구인데 능글맞게 베테랑 같이 잘 던지는 것 같다. 경기 들어가기 전에 '민석이 밖에 없다'고 했는데 민석이가 오늘도 잘 던져줬다. 볼넷이 거의 없었고 거의 5구 안에 승부를 빨리빨리 봤던 게 너무 잘 통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몸쪽 승부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행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양의지는 "민석이는 공이 좋기 때문에 그 방향(몸쪽 승부)으로 초점을 맞춰서 배합을 했는데 너무 잘 먹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석도 "몸쪽이나 제가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조금은 더 생긴 것 같고 커터도 있으니 좌타자에게 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몸쪽 공은) 계속 던지다 보니 자신감이 생긴다. 몸 쪽 깊게 던져도 어차피 타자들이 잘 안 맞고 다 피하니까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전했다.
KBO리그 역사상 베어스 출신 ERA 1위는 총 6차례 있었다. 모두 다른 투수였는데 이 중 무려 5번이나 최우수선수(MVP)를 배출할 정도로 압도적인 투수들이었다. 그러나 이 중 4번이 외국인 투수(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16년 더스틴 니퍼트, 2018년 조쉬 린드블럼, 2021년 아리엘 미란다)의 몫이었다.

토종 ERA 1위는 프로 원년인 1982년 박철순(1.84), 2004년 박명환(2.50)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22년이 흘러 2026년 공교롭게도 최민석이 1위로 올라서며 22년 주기설을 공식화하기 위해 나선다.
우투수로서 이날도 직구 최고 구속은 146㎞로 150㎞를 넘지 않는 공을 뿌렸지만 타자들을 압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베테랑 포수 양의지는 "우선 공의 움직임이 너무 좋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시속 140㎞대 후반까지 나온다. 스피드에 비해 공이 너무 지저분한 게 충분히 좋은 장점"이라며 "빼지 않고 바로바로 승부할 수 있는 멘탈적인 부분도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더 위력적인 공을 뿌리기 위해 지난 시즌보다 평균 체중을 3,4㎏ 더 증량해 90㎏을 유지하고 있다. 첫 풀타임 시즌인 만큼 사령탑의 배려 속에 휴식도 취했고 그 덕에 더 강력한 공을 뿌렸다.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의 투구를 펼쳤고 더불어 ERA 1위까지 올라섰다. 22년 주기설의 주인공이 돼 두산 팬들에게 또 다른 자부심의 역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하지만 아직까진 부족한 것도 많고 그렇기에 지나치게 욕심도 내지 않으려 한다. 그저 이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최민석은 "운이 좋아서 그렇다"면서도 "언제 또 (ERA가) 올라갈지 모르니까 지금은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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