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재력에 대한 이견은 없다. 선발 투수로서 갖춰야 할 체력에도 문제가 없다는 건 증명됐다. 데뷔 전부터 꿈꿨던 선발 투수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세 번의 기회를 통해 직접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정우주(20·한화 이글스)가 과제를 안고 다시 선발 등판한다.
정우주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올 시즌 18경기에서 불펜으로만 나서며 승패 없이 5홀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ERA) 6.75로 부진했고 김경문(68) 한화 감독은 그를 선발 카드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육성선수로 입단해 퓨처스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낸 뒤 1군에서 기회를 얻은 박준영(24)이 지난 10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승리를 따냈지만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를 먼저 바라봤다. 정우주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고 계약금만 무려 5억원을 받은 초고교급 투수였다.
물론 이미 좋은 성과를 보여준 박준영 대신 정우주에게 사실상 선발 수업을 1군에서 시킨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김 감독 생각은 확고했다. "지금은 (정)우주에게 먼저 기회를 줄 것 같다"며 "우주가 던지는 걸 계속 세 번 정도 보고 난 다음에 거기에 따라서 투수 코치와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막판에도 선발로 두 차례 기회를 잡고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결국 임사방편으로 활용했을 뿐이었다. 올 시즌엔 필승조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고 김 감독은 이걸 계기로 선발에서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한 정우주는 1⅔이닝 동안 49구를 던져 1피안타 4볼넷 2탈삼진 2실점한 뒤 강판됐다.
단조로운 레퍼토리의 한계가 나타났다. 1회엔 14구 중 직구만 11구를 던져 삼자범퇴로 깔끔히 마쳤으나 2회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김도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아데를린 로드리게스를 강력한 직구 승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그러나 나성범에게 시속 155㎞ 직구를 던져 중전 안타를 맞았고 한승연에겐 볼넷을 허용했다. 2사 1,2루에서 박민과 11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 밀어내기로 1실점했다.
시속 150㎞ 중반대의 무시무시한 직구를 뿌림에도 슬라이더와 섞어 던지는 투 피치 유형으로 점점 KIA 타자들의 눈에 익숙해졌다. 박민은 5차례나 파울로 걷어냈고 정우주의 마지막 공이 크게 빠지며 볼넷이 됐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정우주는 1회 쉽게 잡아냈던 박재현에게 단 하나의 스트라이크도 던지지 못하고 다시 밀어내기 볼넷, 2번째 실점을 한 뒤 강판됐다. 2사 만루에서 공을 넘겨받은 윤산흠이 제리드 데일을 범타처리해서 다행이었지만 실점이 더 불어날 수도 있었다.
49구 중 직구가 38구, 슬라이더가 11구였다. 불펜으로 나서 주로 1이닝을 소화할 때와는 다르게 KIA 타자들은 대기 타석에서, 더그아웃에서 간접적으로 그의 투구를 눈에 익혔고 결국 조기 강판시켰다.
시즌 도중 보직이 바뀌는 건 투수에게도 혼란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2년차 투수에겐 더욱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정우주 또한 선발 투수의 꿈을 키워왔기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2024년 퓨처스 스타대상 시상식에서 "선발 투수가 꿈"이라면서도 "아마 우리 팀이 국내에서 가장 좋은 선발진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도 거기에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1년 차부터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 욕심이다. 불펜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다시 한 번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새겨야 할 게 있다. 제구와 자신감, 그리고 구종이다. 다만 구종을 갑자기 추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커브도 구사할 줄 아는 정우주지만 첫 등판 때는 스스로 쉽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던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엔 제구와 자신감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정우주의 직구는 알고도 공략이 어려운 엄청난 무기다. 제구만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섞으며 충분히 재미를 볼 수도 있다.
세 번의 기회를 보장받았다는 것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당장 너무 잘 던지려는 부담을 갖기보다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
2년차 투수에게, 그것도 익숙지 않은 선발 자리에서 많은 걸 기대하긴 쉽지 않다. 더구나 구종의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남다른 잠재력을 지닌 투수이기에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난조를 겪고 있는 정우주가 선발 투수로서 긴 호흡으로 던지며 리듬을 찾아갈 수 있을지, 혼란만 가중하는 결과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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