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훈(20·키움 히어로즈)이 될 성 부른 떡잎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필승조로 활약했으나 선발로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박정훈은 13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84구를 던져 2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리드를 지켜내며 시즌 2승(1패 6홀드), 선발로는 첫 승리를 챙겼다. 평균자책점(ERA)은 4.15에서 3.18까지 확 낮췄다.
2025년 3라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던 박정훈은 지난해와 올 시즌 최근까지도 불펜에서만 활약했으나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임시 선발로 나서 4이닝을 소화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이날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다.
아직 확정적인 자리는 아니다. 경기 전 설종진 감독은 "오늘 경기 던지는 걸 봐서 또 수정이 될 수도 있다. 알칸타라가 어떻게 될지, 로젠버그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일단 오늘 던지는 걸 보고 로젠버그 피칭 하는 것까지 본 다음에 스케줄을 짜야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투구는 사령탑을 미소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선발로 이제 두 번째 등판한 데뷔 2년차 선수가 최근 달아오른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1회와 2회 2사 1,2루 위기에 몰리고도 노시환과 황영묵을 각각 유격수 땅볼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특히나 높은 코스에 걸치는 커브가 절묘했다. 눈높이에서 떨어지는 커브가 존 상단에 걸치며 들어왔고 타자들로선 도무지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 이 공으로만 1,2회 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자신감을 얻은 박정훈은 3,4회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연속 삼자범퇴로 마쳤고 5회엔 선두 타자 이원석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심우준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주자를 지웠고 황영묵에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로 삼진아웃을 잡아내고 승리 요건을 챙겼다.
84구를 던진 박정훈은 6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페라자에게 볼넷을 내준 뒤 문현빈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선행 주자를 잡아냈지만 강백호에게 2루타를 맞은 뒤 1사 2,3루에서 김성진에게 공을 넘겼다.
김성진은 노시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허인서를 헛스윙 삼진, 김태연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날 최대 승부처에서 실점 없이 이닝을 틀어막았다. 8회엔 2점을 내주고도 우익수 박주홍의 완벽한 다이빙 캐치로 1점 차 리드를 지켰고 결국 승리하며 박정훈의 통산 선발 첫 승이 완성됐다.
속구 최고 시속은 150㎞에 달했고 직구를 절반을 훌쩍 웃도는 65구 뿌렸고 절묘한 커브(13구)와 슬라이더(23구)를 섞어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종전 최다 투구수는 지난해 9월 15일 대전 한화전 76구였으나 이날은 이보다 훨씬 많은 101구를 던지면서도 제 역할을 다해냈다.
경기 후 설 감독은 "박정훈이 완벽투를 펼쳤다. 박정훈의 무실점 호투가 오늘 승리의 발판이 되었다. 데뷔 첫 선발승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박정훈에겐 잊지 못할 하루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1회부터 9회까지 다 떨렸다. (첫 승 때와) 다르긴 하더라"며 "그때는 제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막으러 올라간 거였고 오늘은 제가 경기를 만들어 가는 입장이었기에 더 특별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갑작스런 선발 전환에도 박정훈은 개의치 않았다. "원래 공을 많이 던지는 건 자신이 있어서 괜찮았다. 프로에 와서 100구까지 던져본 적이 없었는데 6회 시작할 때 조금 힘들긴 했지만 이겨내 보려고 던졌는데 아쉽긴 하다. (김)성진이 형이 잘 막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5회를 끝으로 교체됐다면 더 깔끔했을 수 있겠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정훈은 "경기 전에 코치님께서 몇 개 던질 거냐고 해서 제가 '100개 던지겠다'고 했는데 5회 끝나고 내려와서 코치님께서 힘드냐고 물어봤을 때 괜찮다고 안 힘들다고 했고 '네가 100개 던진다고 했으니까 또 올라가서 던지라'고 하셨다"고 6회 등판의 이유를 전했다.
첫 선발 경기에서 4이닝을 소화했지만 5피안타 2볼넷과 함께 4실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선발이 익숙지 않지만 경기 운영 측면까지도 깊이 고민했다. 박정훈은 "저번 등판 때는 너무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맞춰 잡으려고 공을 계속 놓으면서 가진 힘을 다 못 썼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저번처럼 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계속 강하게 들어가니까 공의 움직임도 더 살고 그래서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에 커브 (박)성빈이 형하고 경기 전에 커브와 슬라이더 중 좋은 걸 더 많이 써보자고 얘기를 했는데 둘 다 좋으니까 섞어서 던져보자고 했다"며 "초반에 (커브 위주로) 그렇게 하고 후반부터는 투심 위주로 많이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불펜으로서는 물론이고 선발로도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그저 묵묵히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성숙한 태도도 보였다. 박정훈은 "그냥 내보내주시면 어디서든 다 잘 던질 수 있다"며 "1군에서 던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뭐가 더 욕심이 난다는 건 없다. 어느 위치에서 올라가든 제가 할 것만 열심히 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배동현이 휴식 차원에서 2군으로 향한 상황에서 이날 호투와 함께 최소 한 번 이상 더 선발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정훈은 욕심내지 않았다. "오늘도 5이닝까지 던진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1회부터 계속 마지막 이닝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 딱히 퀄리티스타트 욕심은 없고 다음에도 계속 한 이닝, 한 타자씩 막는다는 생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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