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랜더스가 손꼽아 기다렸던 김민준(20) 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다. 1라운드 신인이라고는 해도 1군 경험도 없는 선수에게 왜 그토록 기대를 걸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기였다.
김민준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3구를 던져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은 지난달 24일 이후 9연패를 달리다가 10경기 만에 드디어 승리를 챙겼는데 직전 승리도 김민준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쉽게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상황. 그렇기에 이날 김민준의 호투가 더욱 의미가 깊었다.
4회까지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펼쳤다. 막내의 눈물겨운 호투에 야수들도 수비에서 집중력을 발휘했고 5회초 공격에서 드디어 소중한 선취점을 뽑아냈다. 1사에서 김성욱과 최정의 연속 안타 이후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2점의 리드를 안겨줬다.

5회말 2사에선 2루타를 맞고도 1루수 오태곤의 호수비로 이닝을 마쳤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앞서 직구를 결정구로 삼진을 잡아냈던 김민준은 손아섭과 박준순에겐 각각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던져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83구로 6이닝을 마친 김민준은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구단(SK 포함) 역사상 고졸 신인이 데뷔 시즌에서 기록한 6번째 기록이었다.
8회초 최정의 투런 홈런으로 2점을 보탰고 불펜진이 2실점으로 남은 이닝을 막아내며 시즌 2승(1패)과 함께 팀 연패까지 막아냈다.
김민준은 83구 중 최고 시속 148㎞, 평균 145㎞의 직구를 43구 뿌렸고 스플리터(평균 132㎞)를 22구, 슬라이더(평균 132㎞) 12구, 커브(평균 121㎞) 6구를 섞어 던졌다.
단연 직구가 가장 위협적이었다. 최고 150㎞를 넘지 않는 직구지만 힘이 실려 있었고 두 차례 하이 패스트볼을 비롯해 바깥쪽 낮게 깔리는 직구로도 삼진을 2개씩, 총 4개를 직구로 만들어냈다. 직구가 잘 통하다보니 변화구에도 시너지가 생겨났다. 낮은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로도 삼진을 하나씩 더했다.
일찍이 "20살 같지 않다"고 남다른 떡잎을 알아봤던 이숭용 감독은 경기 후 "오늘만큼은 막내가 아닌 베테랑 에이스 같은 투구를 보여주며 연패를 끊는 선봉장 역할을 해줬다"며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도 랜더스 마운드를 책임질 진정한 에이스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쐐기 투런 홈런을 날린 최정은 "민준이가 정말 노련하게 잘 던져주더라"며 "민준이가 템포도 좋았고 잘 던져서 편했고 타자들이 타석에서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인터뷰에서도 '20살 같지 않은'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이숭용 감독은 노련하고 영리한 투구는 물론이고 질문하는 수준,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며 김민준의 '애어른' 같은 부분을 높게 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5경기에 나선 신인에 불과하지만 김민준은 경기 후 "연패를 끊을 수 있어서 좋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던져서 이길 수 있었다"며 "무조건 제가 길게 던지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무실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길어진 연패였지만 이날의 무게감은 또 달랐다. 앞서 13연패를 했던 상황에서 이날 패배로 10연패를 당했다면 역대 9번째로 한 시즌에 두 차례 두 자릿수 연패를 당한 팀으로 이름을 올릴 뻔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부담 없이 던졌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선수가 느낄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김민준은 "부담 같은 건 없이 조용히 던졌다"며 "(최)지훈 형이랑 (오)태곤 선배님께서 홈런성 타구와 빠져나가는 타구를 다 잡아주셨기 때문에 무실점 할 수 있었고 그것 때문에 이긴 것 같다"고 야수진에 고마움을 전했다.
남다른 승부욕으로 나섰다. 부담은 없었지만 반드시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 이겨버리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긴장감도 없었다. 김민준은 "첫 등판 때는 야구장에서 처음 등판하니까 긴장을 했는데 오늘은 이미 4경기 정도 해보니까 긴장이 안 됐다"고 밝혔다.
5경기에 나서 2승 1패, 평균자책점(ERA) 4.18을 기록 중이다. 이날 첫 퀄리티스타트도 기록했고 피안타율은 0.225에 불과하다. 23⅔이닝을 소화하며 삼진도 무려 20개나 잡아냈다.
더 고무적인 건 점점 내용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김민준은 "고등학교 때도 (시즌) 초반에 좀 안 좋다가 갈수록 좋아졌다. 그게 똑같이 나타난 것 같다"며 "긴장이 풀리고 영점이 잡히니까 쉽게 쉽게 풀어가려고 해서 잘 됐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전반기 성적에 만족할 수 없다. 스스로 10점 만점에 7점을 매겼다. "볼넷도 아직 많은 것 같고 이닝도 더 던질 수 있는데 아직 많이 못 던진 것 같다"며 "오늘 연패를 끊었기 때문에 7점을 줬다"고 말했다.
후반기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못해도 오늘 같은 경기를 유지하고 싶고 7이닝, 8이닝까지 던져보고 싶다. 이렇게 던지면 나머지 3점을 채울 것 같다"며 "올해는 평균자책점 3점대에 우승을 하고 싶다"고 커다란 포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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