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로서 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정체성이 크게 흔들린다. 하지만 결국 선수는 야구장에서 플레이를 해야 가장 행복하고 만족감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한 kt wiz의 외야수 배정대(31)가 그간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배정대는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7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7일) 키움 선발 안우진을 상대로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데 이어, 이틀 연속 멀티히트와 타점을 기록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실제로 그는 2020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3년 연속으로 정규시즌 전 경기(144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KT의 붙박이 주전이자 철인으로 명성을 떨친 배정대였다. 여기에 클러치 능력까지 갖춰 '끝내기 사나이', '해결사'로 칭해졌던 그였지만, 최근의 시간은 깊은 고민과 마음고생의 연속이었다. 지난 시즌 데뷔 후 가장 저조한 성적(타율 0.204)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1군 엔트리에서도 밀려 2군에 내려가기까지 했다.
경기를 마친 후 만난 배정대는 "이틀 연속 팀이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그 부분이 가장 만족스럽고 기쁘다"라면서도 그동안의 솔직한 속내를 고백했다.
그는 "이번 시즌 부족한 점이 많아 백업으로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수비 외에는 팀에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몰라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선수로서 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정체성이 많이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제 자신의 약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배정대는 "예전에는 강한 타구를 만드는 데 포커스를 뒀지만, 이제는 그 욕심을 배제했다. 이제는 오직 스윗 스팟(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추는 것에만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스스로를 비워내는 절실한 훈련에 매진했다. 경기 중 타격감이 떨어지면 곧바로 실내 케이지로 달려가 스윙을 교정할 정도로 매달렸다. 8일 경기 중에도 첫 안타를 친 후 느낌이 좋지 않자 시합 도중 실내 케이지로 들어가 스윙을 더 복기했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손맛과 감각을 다시 떠올린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시즌 팀의 주전 중견수이자 리그 수위타자로 맹활약 중인 최원준의 영입 앞에서도 의연함을 유지했다. 배정대는 "(최)원준이가 처음에 우리 팀에 오는 걸 보고 진짜 필요한 선수가 왔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에 없는 유형의 선수기 때문"이라며 "선배나 후배가 잘해서 내 자리가 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저고, 원준이는 원준이"라며 단단한 내면을 보였다.
전반기 막판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마련한 배정대의 남은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그는 "이번 시즌 80경기 가까이 쉬었던 것 같다. 고작 두 경기 잘했다고 들뜨지 않고 이 감각을 잘 유지하겠다"면서 "무엇보다 선수는 야구를 하고 플레이를 해야 가장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후반기에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배정대는 "오늘 이강철 감독님 생신이신데, 승리로 기쁜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가장 기쁘다"며 비로소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9일 경기를 준비하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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