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승도, 탈삼진도, 곽빈(27·두산 베어스)의 강력한 아이덴티티인 엄청난 구속도 놀랍게도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오직 더 나은 투수가 되는 것.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평균자책점(ERA) 말고는 큰 욕심을 보이는 게 없었다.
곽빈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97구를 던져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곽빈은 팀이 7-3으로 이기며 시즌 8승(3패)째를 따냈다. 6월부터 나선 6경기에서 5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부상과 함께 19경기에서 5승(7패)에 그쳤는데 올 시즌 전반기 만에 8승을 수확했다. 무엇보다 의미가 깊은 건 그 어느 때보다도 내용마저도 빼어나다는 것이다.
곽빈의 커리어하이는 23경기에서 12승(7패), ERA 2.90을 기록했던 2023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올 시즌엔 17경기에서 8승 3패, ERA 2.60, 112탈삼진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전날 전반기 ERA와 다승 1위에 오른 최민석을 칭찬하면서도 " "곽빈이 더 위다. 다만 빈이가 팀의 에이스인데 곽빈을 비교 대상으로 표현할 정도면 그 정도로 민석이가 올 시즌에 잘해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빈이는 1선발이고 에이스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줘야 되는데 민석이는 곽빈과 비교가 될 정도로 전반기를 했기 때문에 지금 저희 투수들이 무너지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곽빈은 왜 자신이 에이스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던진 97구 중 최고 시속 159㎞, 평균 152㎞ 직구는 45구를 뿌렸다. 최고 150㎞, 평균 147㎞에 달하는 커터(18구)와 평균 134㎞로 더 느리지만 큰 궤적을 그리는 슬라이더(17구)를 비슷한 비율로 섞으며 SSG 타선의 눈을 현혹시켰다.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평균 134㎞)을 12구, 커브(평균 117㎞)도 5구 섞었다.

2회부터 전의산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2회초 1사 주자 없는 볼카운트 2-1에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시속 156㎞ 직구를 존에 찔러 넣었는데 전의산의 타구는 시속 174.5㎞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이 됐다.
이 홈런이 곽빈을 더 자극했을까. 이후 더 힘을 내기 시작했다. 3회 삼진 2개를 잡아낸 곽빈은 4회 선두 타자 최정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병살타를 유도하며 주자를 지워 이닝을 깔끔히 마쳤다. 5회와 6회에도 연달아 삼자범퇴로 마쳤다.
특히 6회엔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직구를 연이어 결정구로 뿌리며 정준재와 박성한을 꼼짝 얼어붙게 하는 연속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153㎞, 156㎞ 직구가 보더라인 끝에 걸쳤다. 컨택트가 좋은 두 타자로서도 손 쓸 방법이 없는 공이었다.
이날 4,5번째 삼진을 잡아낸 곽빈은 탈삼진 1위 애덤 올러(KIA·105개)를 제치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올러가 전반기를 조기 마감한 상황에서 탈삼진 1위로 전반기를 마치게 됐다.
지난 4월 16일 SSG전(7이닝 2실점)에 이어 다시 한 번 SSG에 7이닝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두 번째 하이 퀄리티스타트(선발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이자 11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도 작성했다.
더불어 자신의 최고 구속을 종전(5월 28일 잠실 KT전) 158.7㎞에서 1회 박성한을 상대로 던진 5구 159㎞를 기록하며 갈아치우기도 했다.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삼진도 7개나 잡아냈다. 곽빈은 "적극적인 승부를 했고 빠르게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 수 있어서 그게 투구수를 줄인 것 요인인 것 같다"며 "템포 조절을 할 수 있을 때는 최대한 하려고 한다. 긴 이닝을 많이 던지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반기를 다승과 ERA 1위로 마감하게 된 후배 최민석(20)의 활약이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곽빈은 "민석이가 너무 잘 던져주고 있어서 그게 생각보다 많이 자극이 되더라. 그래서 후반기 때도 민석이에게 '제발 ERA왕을 하라, 응원한다. 너에게 많이 자극받게'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2024년 올랐던 다승왕의 자리도, 1위로 올라선 탈삼진도, 이를 가능케해주고 있는 구속에 대한 부분도 욕심이 없었다. 오직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곽빈은 "개인적인 욕심은 크게 안 낸다. 제 임무에 맞게 최선을 다해 던지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승왕을 노리고 싶지는 않다. 탈삼진도 크게 생각이 없다. 사실 160㎞를 던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매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 게 목표다. 그런 강박이 있으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건 본질이다. 곽빈은 "마음에 드는 건 볼삼비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9이닝당 볼넷도 많이 줄었다"며 "올해는 BQ(야구지능)이 늘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다"고 웃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건 타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다승도, 탈삼진도 아니었다. 투수의 종합적 능력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ERA다. 곽빈은 "올해 (ERA) 목표가 3.5 아래였다. 2년 연속 4점대를 해서 형들이 야구 그만하라고 했다. '그 공으로 맨날 4점대 하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3위까지 올라선 ERA가 더욱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반기를 너무도 잘 보내고 후반기에 미끌어졌던 기억도 있다. 그렇기에 올스타 휴식기가 더 중요하다. 곽빈은 "무조건 잠을 잘 자야 된다. 잠이 보약이고 후반기에는 사실 체력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며 "삼진은 많이 못 잡을 것 같다. 최대한 타자들 타이밍을 뺏고 운동도 줄이고 그 밖의 활동도 줄여야 될 것 같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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