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눈을 잘 못 보더라."
지난 5월 초였다. 김원형(54) 두산 베어스 감독이 팀내 베테랑 양의지(39)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전날까지 4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양의지가 팀에 너무 미안해 하며 감독과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양의지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시즌 초반 타율이 1할에도 미치고 못하고 개막 후 14경기 만에 첫 홈런을 때렸어도 줄곧 그를 4번 타순에 배치했다.

김원형 감독의 뚝심은 옳았다.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린 양의지는 6월 이후 52경기에서 3할에 가까운 타율(0.292)에 1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양의지다운'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도 양의지는 팀의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1-3으로 뒤진 6회초 상대 선발 라일리로부터 좌월 솔로 홈런을 때려내 스코어를 한 점 차로 좁혔다. 이어 3-3 동점이던 9회초 2사 만루에서는 김진호에게서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 결승 타점을 얻어냈다. 자칫 3연패에 빠질 뻔하던 두산은 곧이어 정수빈이 2타점 중전 안타를 날려 6-4로 승리했다.

양의지의 올 시즌 타율은 0.265(344타수 91안타). 지난 해 타격왕(0.337)의 명성에는 걸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팀내 타점 1위(59개)에 홈런은 박준순(20)과 공동 1위(16개)에 올라 있다. 볼넷(43개)도 팀내에서 가장 많아 여전히 상대 투수들에게는 위압감을 주는 4번타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양의지에 대해 "시즌 초반엔 수치상으로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기를 치르다 보면 반드시 올라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사령탑의 굳건한 신뢰 속에 '두산의 4번타자는 역시 양의지'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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