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선발 투수가 ⅓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음에도 기어코 동점을 만들고 역전까지 해냈다.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인 경기에서 권민규(20)는 한화가 포기하지 않을 시간을 벌었다.
한화는 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LG 트윈스에 15-1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화는 6연패를 탈출하고 49승 3무 56패로 8위를 유지했다. 2연패에 빠진 LG는 60승 1무 50패로, 같은 날 승리한 3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가 1경기로 벌어졌다.
한화로서는 승리가 희박해 보이는 경기였다. 이미 6연패 중이었고 선발 투수 브루스 짐머맨이 ⅓이닝 6피안타 2볼넷 1탈삼진 7실점 최악의 투구로 1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기 때문.
물오른 LG 타선을 상대로 한화는 최근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권민규를 내세웠다. 권민규는 7월 초 김서현(22)과 함께 일본의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 랩으로 떠나 약 3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후 1군 2경기만 나섰고 이날은 일주일 만의 등판이었다.
예정에 없던 등판에서 사실상의 선발 투수 역할을 해냈다. 예정에 없던 1회 구원 등판에도 무려 84구를 던졌다. 직구 33구, 체인지업 24구, 슬라이더 16구, 커브 11구를 섞어 4⅓이닝을 책임졌다.
권민규는 1회초 2사 1, 2루 위기에 등판해 타자 일순해 활화산 같던 LG 타선을 단 공 2개로 막아냈다. 신민재에게 2루 쪽 땅볼 타구로 병살을 끌어내며 길었던 1회를 끝냈다.

우승팀 중심 타선을 상대로도 씩씩했다. 2회 박해민을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오스틴에게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줬다. 하지만 문정빈을 헛스윙 삼진, 송찬의를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3회 첫 실점했다. 권민규는 문보경, 구본혁에게 연속 중전 안타를 맞은 뒤 이주헌에게 홈런성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았다. 홍창기에게도 중전 안타를 맞아 대량 실점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어떻게든 공을 꽂아 넣으면서 신민재-박해민-오스틴을 범타 처리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자신감을 얻은 권민규는 4회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문정빈을 6구 만에 우익수 뜬공, 송찬의와 문보경을 공 3개로 뜬공 처리했다. 5회를 마무리짓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공 6개로 구본혁을 우익수 뜬공, 이주헌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홍창기에게 우익선상 2루타, 신민재에게 중전 1타점 적시타를 맞아 이형범과 교체됐다.
구속이 갑자기 빨라진 것도 아니었다. 직구 구속은 최고 시속 142㎞, 평균 139㎞로 눈에 띄는 구속 향상은 없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과 비교해 눈에 띈 것은 오히려 자신의 공을 던지는 안정감이었다. 권민규가 다녀온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은 일본에서도 가장 유명한 야구 랩으로 불린다. 한 KBO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매년 100명 이상의 일본프로야구(NPB) 선수들이 이곳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이곳을 다녀온 한 KBO 구단 관계자는 "미국의 다른 유명 센터와 비교하면 이곳은 선수에 대한 분석과 측정이 조금 더 세밀하다. 선수의 발가락부터 어깨 근육까지 일일이 확인해서 왜 잘 뭉치는지, 이렇게 던졌을 때 왜 통증이 오는지를 파악해서 선수들의 만족도와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 만난 김서현은 "내가 몸의 로케이션이나 피치 디자인 위주로 배웠다면, (권)민규도 스피드를 많이 올리기 위해 간 것이었다. 나와 민규가 배우는 건 항상 달랐지만, 야구적인 부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즉 같은 장소로 떠난 두 투수에게 내려진 처방은 전혀 달랐다. 권민규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는 구속 향상이었지만, 단순히 스피드만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한편 권민규가 버티는 사이 한화 타선도 힘을 냈다. 4회말 2사 1, 2루에서 나온 허인서의 좌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5회말 3득점으로 기세를 올렸다. 이후 6회 3점, 7회 3점, 8회 4점으로 꾸준히 LG 마운드를 두들기면서 기어코 역전을 해냈다.
경기 후 김경문 한화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면서 선수들과 코치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함께한 팬들의 응원의 힘으로 선수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패를 끊기위해 최선의 플레이를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