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최고 시속 161㎞ 빠른 공을 던져 화제가 됐던 한화 이글스 김서현(22)이 151㎞의 '느린 공'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서현은 21일 대전 LG 트윈스전을 두고 취재진과 만나 "오랜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른 거라 많이 긴장했다. 또 2군에서 준비한 걸 실전에 선보이는 것도 처음이다 보니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20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서 한화가 6-8로 뒤진 9회초 1사 1루에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동안 22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1몸에 맞는 공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7일 광주 KIA전 이후 무려 105일 만의 1군 등판이었다. 아직 가장 좋았던 시절의 김서현은 아니었다. 직구 최고 구속도 시속 151㎞였다.
그럼에도 김경문 한화 감독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김 감독은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일단 크게 벗어나는 공이 없었고 변화구도 제구가 됐다"고 격려했다.
김서현도 비슷한 부분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는 "2군에 내려가기 전보다 제구가 사방팔방 튀는 느낌은 아니었다. 내 공만 생각하기보다 타자와 승부하려고 했다. 결국 타자와 승부해서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때 16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이름을 알렸던 그에게는 꽤 의미 있는 변화다. 김서현은 서울고 졸업 후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빠른 공은 늘 정체성과 같았고 시속 160㎞를 넘나드는 강속구는 그의 최대 무기였다.

하지만 힘이 들어갈수록 투구 동작이 흔들리고 제구가 무너지는 날도 적지 않았다. 올 시즌은 그 정도가 심패, 전반기 12경기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2.38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권민규(20)와 다녀온 일본의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 랩은 한화 구단이 마련한 돌파구 중 하나다.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 랩은 최근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김진욱(24·롯데 자이언츠), 이의리(24·KIA)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곳이다. 일본프로야구(NPB) 선수들도 매년 100명 이상 찾는 이곳에서 김서현은 출발점부터 다르게 잡았다.
자신의 몸이 투구 과정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했다. 김서현은 "측정한 데이터를 가지고 선수에게 부족한 부분을 알려준다. 그래프를 보면서 최대한 이상적인 움직임이 나올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바이오메카닉 측정을 통해 몸에서 잘 안 되는 부분까지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설을 직접 둘러본 한 KBO 구단 관계자도 비슷하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시설의 특징을 단기간의 '교정 효과'보다는 세밀한 진단에서 찾았다. 선수의 발가락부터 관절 움직임과 각도, 몸의 뻣뻣함 등을 확인하고 바이오메카닉 분석을 통해 투구 과정에서 에너지가 어느 지점에서 손실되는지도 살폈다.
다만 외부 시설에 몇 주 다녀온 것만으로 선수가 갑자기 달라진다고 보는 것은 경계했다. KBO 구단 관계자는 "단기간에 퍼포먼스가 바로 좋아진다기보다 현재 선수의 퍼포먼스를 막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서현도 일본에서 모든 답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귀국한 뒤 다시 자신의 투구에 맞게 붙이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투구 동작을 조금 더 간결하고 일정하게 만드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함께 떠난 권민규와도 방향은 달랐다. 김서현은 "(권)민규는 스피드를 많이 올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나는 피치 디자인이나 몸을 사용할 때 어떤 부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다"라며 "서로 배우는 것이 달라서 운동이 끝나면 오늘 어떤 걸 배웠는지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권민규가 21일 대전 LG전에서 먼저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 브루스 짐머맨이 ⅓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자 구원 등판해 4⅓이닝 3실점으로 버텼다. 한화는 3회 0-9까지 뒤진 경기를 15-11로 뒤집고 6연패를 끊었다.
김서현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변화는 '더 빠르게'가 아닌 '더 정확하게'다. 그는 "구속을 올리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있다. 제구가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기면 구속도 더 올라올 수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웬만하면 구속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151㎞를 확인하고는 안도했다. 김서현은 "그래도 (시속) 151㎞ 정도 나왔으니까 구속은 괜찮은 것 같다. 일단 안정적으로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더 빠른 공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바꾼 것으로 생각했다. 타자를 마주하며 원하는 공에 던진 뒤 구속도 끌어올리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김서현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준비하고 있는대로 하겠다. 점점 나아지는 모습으로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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