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중국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뜨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뜻밖의 반응도 나왔다. 또 한 번 안세영 앞에서 무릎을 꿇은 왕즈이(중국)를 향해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응원을 보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2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왕즈이를 게임 점수 2-0(24-22, 21-16)으로 제압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안세영의 복귀 무대다. 안세영은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2026 BWF 일본오픈 16강전을 앞두고 왼발 외측 부상으로 기권했다. 이후 중국오픈에도 출전하지 않고 재활과 회복에 전념했다.
약 한 달간 실전 공백이 있었지만 복귀 이후 경기력에서는 좀처럼 빈틈을 찾아보기 어렵다. 안세영은 이번 세계선수권 64강과 32강을 통과한 데 이어 16강에서는 덴마크의 미아 블리크펠트, 8강에서는 중국의 한웨를 차례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중국 여자단식의 간판 왕즈이마저 돌려세웠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에서도 안세영이 21승6패로 더욱 크게 앞서게 됐다.
그런데 왕즈이의 패배를 지켜본 중국 현지에서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자국 에이스를 질책하기보다는 왕즈이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절대 무적' 안세영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목소리였다.
중국 스포츠 평론가 양화는 시나스포츠를 통해 "중국 여자단식은 왜 세계선수권에서 15년째 무관인가"라면서 "중국은 강한 선수 중에 공격적인 스타일이 없다. 안세영과 랠리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여자단식이 마지막으로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것은 2011년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무려 15년 만의 금메달 탈환에 도전했지만 또 한 번 안세영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왕즈이가 고개를 숙였지만 양화는 오히려 그를 감쌌다. 그는 "왕즈이는 최선을 다했다. 모든 것을 불태웠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한국의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에게 0-2로 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왕즈이와 안세영이 맞붙을 때마다 경기 양상은 대체로 비슷했다"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체력이 완전히 소진될 정도로 뛰지만 마지막에는 왕즈이가 패한다"고 짚었다.


다만 왕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여자단식의 경기 스타일에서 패인을 찾았다. 양화는 "천위페이와 왕즈이는 모두 공격성이 강한 선수가 아니다"라며 "긴 랠리와 드롭, 클리어를 주고받으며 기본기로 승부하고 안세영과 체력을 깎아먹는 싸움을 벌이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늘 한 끗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세영처럼 수비가 촘촘하고 체력이 넘치며 정신력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한 상대를 상대로 정석적으로 긴 랠리를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반드시 속도와 기습적인 공격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지금 중국 여자단식에는 그런 능력을 갖춘 최정상급 선수가 없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양화는 다시 한번 왕즈이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는 "왕즈이에게 잘못은 없다. 그녀를 비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즈이는 정말 목숨을 걸다시피 경기를 했다.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했고 허벅지에는 여러 차례 경련까지 일어났다"며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뛰었기 때문에 안세영 역시 편하게 경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안세영의 승부처 운영 능력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양화는 "안세영 역시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플레이를 좋아하고 공격을 몰아치는 유형은 아니다"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갑자기 공격적으로 전환해 연속 득점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왕즈이는 아무리 잘해도 안세영에게 무한히 가까워지는 수준까지는 갈 수 있겠지만, 현재의 경기 스타일로는 안세영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중국 여자단식은 언젠가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천재적인 스타'가 등장하기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왕즈이를 또 한 번 넘어선 안세영은 23일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우승을 다툰다.
앞서 여러 중국 매체가 안세영과 야마구치를 이번 대회 여자단식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은 바 있다. 결국 예상대로 두 선수가 마지막 무대에서 맞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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