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명의 신인 선수를 지명하고도 한 명을 더 영입했다. 시작은 정진완 우리은행장 겸 구단주가 접한 한 편의 기사였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은 25일 "2026~2027시즌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했으나 지명받지 못한 고교 졸업 예정 가드 정혜윤을 수련선수로 추가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9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3명을 지명했다. 1라운드 3순위로 일본 W리그 아이신 윙스에서 뛰었던 재일교포 3세 김리혜를 호명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 정지윤(광주수피아여고), 3라운드에서는 이수현(선일여고)을 선발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3명도 결코 적지 않은 지명이었다. 하지만 드래프트 결과를 보고받은 정진완 은행장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우리은행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3명을 뽑은 것만으로도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지명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이후 은행장님께 드래프트 결과를 보고드렸는데, 관련 기사를 보신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고교 졸업 예정자 26명을 비롯해 대학 졸업 예정자 4명, 실업팀 선수 4명, 해외 활동 선수 1명, 외국 국적 동포 선수 4명 등 총 39명이 참가했다.
2007~2008시즌 단일리그 도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지원자가 몰렸지만, 고교 선수들에게는 유독 쉽지 않은 드래프트였다. 1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린 고교 선수는 전체 2순위 임연서(광주수피아여고·부산 BNK)와 6순위 이소희(숙명여고·용인 삼성생명)뿐이었다.
외국 국적 동포 선수와 해외 리그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고교 졸업 예정자들은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정진완 은행장도 이 같은 현실을 다룬 기사를 접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장님께서 국내 고교 선수들이 많이 지명받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신 뒤 '마음이 좋지 않다'고 하셨다"며 "'우리도 더 뽑을 수 있다면 한 명을 더 뽑아보라. 감독과 상의해보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섭 단장님과 전주원 감독님이 논의한 끝에 한 명을 더 영입하기로 했고, 전 감독님이 선택한 선수가 정혜윤이었다"고 덧붙였다.


2008년생인 정혜윤은 신장 165㎝의 가드다. 빠른 스피드와 볼 운반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18세 이하(U-18) 여자농구 아시아컵에 나설 청소년 국가대표로도 발탁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의 유망주임에도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프로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던 정혜윤은 우리은행의 추가 영입 결정으로 다시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주원 감독님이 드래프트 전부터 정혜윤을 계속 지켜보셨다"며 "빠르게 공을 가지고 전진할 수 있어 우리은행 농구에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도자들로부터 인성과 훈련 태도 등 여러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라며 "청소년 국가대표로도 뽑힌 만큼 전 감독님이 더욱 눈여겨보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혜윤의 마산여고 역시 올해 여러 차례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냈다. 마산여고 농구부는 한때 선수 5명을 모으는 것조차 쉽지 않아 해체 위기까지 몰렸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공식대회 출전 기록도 없었다.
하지만 이유리 마산여고 코치의 지도 아래 조금씩 경쟁력을 되찾았다. 지난 6월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경남대표 선발전 여자고등부 결승에서는 삼천포여고를 47-44로 꺾었다. 마산여고가 경남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한 것은 2000년 이후 무려 26년 만이었다. 정혜윤은 팀의 에이스로 부활을 이끌었다.
우리은행과의 특별한 인연도 있다. 구단의 레전드인 임영희 전 코치 역시 마산여고 출신이다. 마산여고를 졸업해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선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팀에서, 같은 학교 후배가 프로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정혜윤의 영입은 WKBL 전체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여자프로농구에서 무려 6년 만에 수련선수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전 사례는 2019~2020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했던 최민서가 2020년 6월 청주 KB스타즈에 수련선수로 입단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제도는 규정상 존재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6년 동안 사실상 닫혀 있던 통로가 다시 열린 셈이다.
수련선수는 정식 선수 등록을 보장받는 신분은 아니다. 구단의 훈련과 육성 과정을 거치며 경쟁력을 증명해야 정식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드래프트 미지명과 함께 프로의 꿈을 접어야 했던 선수에게는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수련선수로 출발해 성공적으로 프로 무대에 안착한 사례도 있다. 부천 하나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백지은 현 단국대 감독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 삼성생명 등에서 활약했던 김단비도 같은 케이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련선수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심과 기회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도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면 진로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한 뒤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한다고 해도 프로 입단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고교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프로 무대에 들어와야 퓨처스리그를 비롯한 여자농구 전체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손을 잡은 정혜윤도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정혜윤은 구단을 통해 "프로 무대 진출이 좌절돼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우리은행이 손을 내밀어줘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매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해 정식 엔트리 등록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전주원 감독은 "정혜윤은 빠른 스피드를 갖춘 가드 자원으로, 향후 팀 뎁스를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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