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손에 돌아온 건 단돈 8000만원이었다. 대한테니스협회가 10년 만에 적극 대응에 나섰다.
대한테니스협회는 31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육사코트) 리모델링 당시 맺었던 육군사관학교와 협약을 파기하면서 협회가 투자한 금액 약 30억원에 대해 반환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 박상기 협회 고문 변호사, 김두환 협회 고문을 비롯해 성기춘 한국테니스진흥협회장, 김석찬 시도테니스협회 간사(제주테니스협회장), 오정선 시니어연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협회는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6개 산하 연맹체, 생활체육 단체인 KATA와 KATO, 장호테니스재단, 소강민관식육영재단,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등 유관 기관이 합동으로 서명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논란의 시작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당시 협회는 육군사관학교의 요청과 국방부의 승인을 신뢰해 약 30억원의 민간자본을 투입, 행정구역상으로 구리시에 위치한 노후화된 육사코트 30면을 전면 리모델링했다. 사관생도의 교육환경 개선과 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한 공익적 투자이자 '민관군 상생 모델'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협회는 리모델링 조건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기부채납 형태로 코트 운영권 등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이 약속은 단 1년 만에 전면 백지화됐다. 리모델링 완료 후 1년 만인 2016년 12월 육군사관학교가 육사코트 기부채납 승인을 취소하고 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하면서 협회는 운영권을 박탈당한 것.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간 협회가 벌어들인 돈은 8000만원으로 관리 인력의 인건비 등을 제하면 그 규모는 더 축소된다. 8000만원은 투자금 30억원의 3%도 되지 않는 규모에 불과하다.
이후 협회는 육군사관학교와 지속해서 협의를 시도했으나 육사 측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민간 대여금에 대해 채무이자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기도 했다.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방법을 다 동원해봤다. 협회는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육사로부터 '투자금 반환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계약 해지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운영권 부여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육사에 발송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한 상태다. 협회는 "더 이상의 협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의 조속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육사코트가 테니스계에서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총 30면 규모의 육사코트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테니스 시설이다. 리모델링 당시 국내 선수들의 훈련과 동호인 생활체육 활성화는 물론, 2016년 주니어 프랑스오픈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릴 정도로 스포츠 외교적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테니스 붐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 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 테니스 저변을 확대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었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과거의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라며 "테니스 붐이 지속되는 지금, 육사테니스장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었다. 테니스인들의 선의로 시작된 상생 사업의 취지가 그대로 지켜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법률 대리인인 박상기 변호사는 "그간의 협의 과정을 볼 때 법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이 많다. 국가 기관 내 시설 리모델링을 진행한 협회가 왜 일방적인 손해를 입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대법원 판례를 검토했을 때 이번 처사는 대단히 부당하며, 이에 따라 8월 현재 국가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를 향해 "투자비를 반환하거나 최소한 정당한 위탁 운영 기회를 보장하라"며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협회가 발표한 성명서에는 ▲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는 육사테니스장 개보수에 투입된 약 30억원에 대해 합당한 반환 또는 보상 대책을 즉각 마련 ▲ 금전적 보상이 어렵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한테니스협회에 실질적인 장기 위탁 운영 기회를 보장 ▲ 생도 교육과 훈련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면서 육사테니스장을 테니스 유망주 육성과 각종 대회, 코트 부족에 시달리는 생활체육 동호인과 국민을 위해 개방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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