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시즌 중반이면 KBO리그 구단 프런트의 발걸음은 분주해진다. 순위 싸움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가장 손쉬운 카드로 꼽히는 것이 바로 '외국인 선수 교체'다. 하지만 성적 반등을 노리고 빼든 칼이 오히려 구단 재정을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번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를 단 한 차례도 교체하지 않은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가 유일할 정도로 리그 전반에 걸쳐 '외인 교체 도미노'가 일상화됐다.
'외인 농사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격언처럼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전력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현행 외국인 선수 제도의 족쇄에 묶여 영입과 퇴출, 교체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지출 규모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을 100만 달러(연봉·계약금·이적료·옵션 포함)로 제한한 상한제가 꼽힌다. 몸값 거품을 빼고 구단 간 과열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실에서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반적인 미국 마이너리그 처우 개선 등으로 인해 100만 달러로는 검증된 'A급' 자원을 데려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미국에도 선수들, 특히 투수들이 부족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수 확보에 열을 올린다. 선수 보유 한도가 넉넉할 뿐 아니라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프로야구(NPB)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다 보니, KBO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의 교체가 필요할 경우 부상 이력이 있거나 기량에 물음표가 붙은 자원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복권 긁기' 식 영입은 잦은 실패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추가 지출로 연결된다. 부진이나 부상으로 선수를 중도 퇴출할 경우 기존 선수의 잔여 연봉을 보전해 줘야 할 뿐만 아니라, 대체 선수 영입을 위한 연봉과 원소속팀 이적료(바이아웃)까지 이중으로 발생한다. 1인당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원)로 지출을 묶어두려다 한 시즌 외인 한 자리에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쏟아붓는 구단이 속출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됐지만, 단기 계약 특성상 데려올 수 있는 선수 풀이 극히 좁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번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를 바꾸지 않은 구단은 롯데밖에 없다"고 짚으며 육성형 외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두는 것이 구단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들과 유망주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시즌 중 기존 외인이 부상을 당하면 프런트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원치 않는 선수를 억지로 데려와야 한다. 이는 현장과 팬들에게도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육성형 외인은 평소 2군에 두면서 퓨처스리그 유망주들을 상대하게 하면 국내 젊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좋은 제도가 될 것 같다. 기존 외국인 선수들이 다치거나 휴식이 필요할 시 육성형 외인을 1군에 콜업해서 써도 된다. 그러면 프로야구 수준도 전반적으로 올라간다. 시즌 운용에서 변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스타뉴스 취재에 따르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도입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선수의 활동 무대가 퓨처스리그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유망주들의 육성 및 출전 기회가 축소되고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구단 관계자는 "육성 외인을 1군에 올릴 때는 기존 외국인 선수와 맞교체(스위치)하는 방식을 취하면 되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의 1군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는 충분히 지워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O는 향후 제도 보완과 리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수협과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출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구단의 재정 낭비와 리그 전력 불안정을 부추기고 있다면, 그 제도는 이미 수명을 다한 셈이다. 선수협을 비롯한 야구계 전체의 건설적인 대화와 함께, 시장 현실과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반영한 KBO 외국인 선수 제도의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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