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승 투수도 찾았지만, 첫 선택의 절반은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20만 달러(약 3억 원)로 리그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선수 시장을 열겠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아시아쿼터 첫 실험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올해 KBO 리그에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는 아시아야구연맹(BFA) 소속 국가 및 호주 국적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비아시아 국가의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 선수 영입은 불가하고, 직전 또는 해당 연도 아시아 리그 소속 선수 1명을 포지션 제한 없이 영입할 수 있다. 신규 선수에게 쓸 수 있는 비용은 계약금과 연봉, 옵션, 이적료(세금 제외)를 모두 합쳐 최대 20만 달러(월 최대 2만 달러)였다.
시즌 개막 전부터 관건은 과연 '20만 달러로 경쟁력 있는 선수를 구할 수 있느냐'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개막 당시 각 구단이 영입한 10명 가운데 라클란 웰스(29·LG 트윈스), 미야지 유라(27·삼성 라이온즈), 쿄야마 마사야(28·롯데 자이언츠), 제리드 데일(26·KIA 타이거즈), 타무라 이치로(32·두산 베어스) 등 절반이 시즌 도중 교체됐다.
그렇다고 실패한 제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왕옌청(25·한화 이글스)은 8월까지 23경기에서 10승을 거두며 사실상 1선발 노릇을 했다. 가나쿠보 유토(27·키움 히어로즈)는 마무리와 셋업을 오가며 14세이브 11홀드를 올렸다. 스기모토 코우키(26·KT 위즈)도 59경기에 등판해 18홀드를 기록했다.
비용 대비 효과만 놓고 본다면 기존 외국인 선수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효율을 보여준 사례다. 즉 20만 달러 안에서도 KBO 1군에서 통할 선수는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문제는 그런 선수를 지속해서 찾을 수 있느냐다. 시즌 전부터 현장에서는 선수 풀이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나왔고 현실이 됐다. 대만은 특히 이적료가 걸림돌이다. 아시아쿼터 영입에 관여한 KBO 구단 관계자 A는 스타뉴스에 "20만 달러 제한에서 현실적으로 데려올 선수가 정말 많지 않다. 대만 구단들이 요구하는 이적료가 10만 달러라면 선수에게 줄 수 있는 돈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 연봉대 선수들은 비슷한 연봉을 받으면서 굳이 다른 나라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주 역시 선택지가 넓지 않다. 호주 야구 리그(ABL)는 두 달 동안 4팀이 총 78경기가 고작이라, 선수들의 기량은 물론이고 144경기 풀타임을 뛸 체력도 우려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다른 KBO 구단 해외 담당 스카우트 B는 "호주야구리그는 프로가 아닌 클럽 수준이다. 그 선수들은 1년에 30경기 이상 뛰어본 적도 없고 계속 관리를 받으며 야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 출신 데일과 웰스 모두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면서 구단들의 우려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또 경쟁력 있는 호주 선수 상당수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한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직전 또는 해당 연도 아시아 리그 소속 선수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어 호주 출신 현역 마이너리거를 데려오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시장은 일본이었다. 하지만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NPB 구단 소속 현역 선수를 자유롭게 영입할 수 없는 만큼 방출 선수나 독립 리그 소속 선수 중심으로 후보군이 좁아졌다. NPB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신분'의 왕옌청이나 직전 해 방출 직후 NC가 영입한 토다처럼 즉시 전력감을 확보한 사례는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즌 전 새로운 원석의 보고로 기대받았던 일본 독립 리그에 대한 환상도 상당 부분 깨졌다. 가장 큰 문제는 객관적인 데이터의 부재다.
KBO 구단 관계자 B는 "아마추어 선수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본 독립 리그 구장에는 트랙맨 같은 데이터 측정 장비가 없는 곳이 많다.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몇 번 보고 선수를 판단해야 한다. 올해 독립 리그 선수들을 영입한 구단이 실패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선수를 찾아내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경쟁력 있는 독립 리그 선수들의 최우선 목표는 KBO가 아니라 NPB다.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일수록 일본 프로 구단의 지명을 기다리기 때문에 한국행을 쉽게 선택하지 않는다. 결국 제한된 후보군 가운데 원석을 찾기 위해 스카우트가 일본 각지를 돌아다녀야 한다. 현지 체류비와 출장비,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을 고려하면 20만 달러짜리 선수를 찾기 위해 구단이 들이는 비용과 노력은 결코 20만 달러로 끝나지 않는다.
현장에서도 각오는 했지만, 확실히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에 NPB 구단과 협약을 맺어 현역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부터 영입 비용 상한을 높이는 방안, 육성 외국인 제도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적은 비용으로 이미 성공 사례를 만든 구단과 더 넓은 시장을 원하는 구단의 입장이 다를 수 있고, 비용 상한을 높이면 당초 아시아쿼터를 도입한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도 있다.
첫해가 채 끝나지 않은 현재, 아시아쿼터 제도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 것은 이르다. 20만 달러에도 KBO에서 통하는 선수는 있었다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현재의 규정만으로 그런 선수를 '매년' 안정적으로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과제를 확인했다. 아시아쿼터 제도의 미래는 KBO에서 통할 선수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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