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에서 67개의 홈런을 때린 35세 베테랑이 생애 처음으로 '신인'이 된다. 17년 만에 한국 KBO 리그 문을 다시 두드린 최지만(35·울산 웨일즈)이 트라이아웃과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최지만은 오는 9월 1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열릴 2027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 9월 21일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KBO 리그 입성을 위한 마지막 시험대다.
그에겐 트라이아웃부터 신인드래프트까지 모두 낯설다. 최지만은 인천서흥초-동산중-동산고를 거쳐 2009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KBO 신인드래프트 대신 미국 직행을 택했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버텨 2016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탬파베이 레이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까지 7개 구단을 거쳤다. MLB 통산 성적은 525경기 타율 0.234, 67홈런 238타점, OPS 0.764. 2019년 탬파베이에서는 127경기 19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해외로 직행한 선수는 귀국 후 2년간 KBO 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최지만은 오랜 기다림 끝에 2027 신인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얻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그에게도 신인드래프트는 생애 처음이다.

지난 27일 스타뉴스와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만난 최지만은 "묘하다. 너무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도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해외파) 선배님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관건은 경쟁력이다. 최지만을 바라보는 KBO 구단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와 최근 몇 년간의 실전 공백, 부상 이력 때문에 수비 활용도에 물음표를 붙이는 시선이 있다. 반면 건강하기만 하다면 MLB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타격 능력과 경험을 신인드래프트에서 찾기 어려운 즉시전력감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한 KBO 스카우트 A는 최지만의 울산 입단 무렵 스타뉴스에 "최지만을 부상 이력이 있는 외국인 타자라고 생각하면 쉽다. 메이저리그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쳐본 선수다. 즉시전력감을 신인드래프트에서 뽑는다고 하면 1라운드는 몰라도 2라운드 내 지명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최지만은 말보다 실전으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울산 웨일즈 소속으로 KBO 퓨처스리그에서 8월 29일까지 20경기 타율 0.308(39타수 12안타) 1홈런 7타점, OPS 0.847을 기록했다. 현실적인 수비 포지션으로는 1루수와 지명타자를 생각한다. 울산 합류 후 인조 잔디에서 뛰다가 무릎에 불편함을 느껴 현재는 구단의 배려 속에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외야 수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1루 수비는 계속 준비하고 있다.

최지만 자신도 몸 상태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현실을 알고 있다. 그는 "경기가 계속 있는 것도 아니고 훈련량과 실제 경기량도 다르기 때문에 몸 상태가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가 하는 것 같다"면서도 "경기에 나가 타석에 섰을 때는 '아직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년 동안 쉰 것에 비하면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1라운드 후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올해 기대받던 고3 야수들이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최지만을 2라운드에 지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확인 결과 최소 4개 팀은 최지만을 1~2라운드 내 지명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18세 이하(U-18) 청소년 대표팀 훈련에 참관한 KBO 스카우트 B는 "최지만을 지명타자로 보고 있다. 1라운드 10명 안에는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정작 최지만은 이러한 관심에 살짝 부담을 나타낸 바 있다. 앞서 최지만은 "솔직히 많이 부담스럽고 그런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나는 나이를 많이 먹었고 드래프트라는 무대는 학생 선수들에게 훨씬 더 중요한 기회가 돼야 한다. 이런 상황이 된 것에 어린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명되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앞으로도 자신처럼 해외로 도전했다가 돌아올 후배들을 위해서다. 최지만은 "내가 잘해야 앞으로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팀도 중요하지만 내 개인적인 성적도 부담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KBO 구단들이 기대하는 것은 빅리그 67홈런의 방망이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어떻게 팀에 녹여낼지도 관심사다. 최지만은 다양한 팀을 다니면서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메이커로서 미국 현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최지만은 "많은 후배가 있는 팀에 가게 된다면 선배로서 많이 지원해줘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경험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나도 선수로서 가는 만큼 열심히 해서 개인 성적도 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잘 어우러지려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를 영입하는 데 조심스러운 쪽에서는 내가 기존 팀의 리더와 잘 합쳐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원래 팀에 잘 녹아드는 스타일이다. 내가 앞에 나서는 게 아니라 응원해주는 타입이다. 주장이 있다면 그 주장을 세워주고 옆에서 같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 리그 도전을 앞두고 주위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다. 울산을 통해 KBO 리그를 간접 경험하면서 느낀 바도 많다. 최지만은 "추신수 선배님, (하)재훈이 형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환경이 매우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도 여기 와서 느껴보니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다. 그래도 지금 울산에서 생활하는 데는 너무 만족하고 있다. 감독님, 코치님들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해주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런 만큼 메이저리그에서와 KBO 리그에서 내 역할은 조금 다를 것 같다. 메이저리그는 모든 선수가 어느 정도 완성된 선수들이었다. 거기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많이 했다면, 여기서는 아직 조금 부족한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분위기도 띄우면서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준다. 예를 들어 실제 경기에서 선배들이 투 스트라이크 이후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말해주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목표를 묻자 뜻밖의 답도 돌아왔다. 국내 프로구단을 거치지 않고 드래프트나 특별지명을 통해 돌아온 해외파 선수는 순수 신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KBO 신인왕 규정을 이야기했다.
최지만은 "원래는 신인왕이 목표였는데 신인왕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고 웃으면서 "그럼에도 난 신인의 자세로 가서 정말 열심히 할 생각이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고, 당연히 우승도 하고 싶다"고 새로운 목표를 전했다.
누가 봐도 신인과 거리가 먼 경력이지만, 최지만은 KBO에 첫발을 내딛는 건 18세 고3 학생과 같다. 35세의 신인 최지만이 9월 1일 트라이아웃을 거쳐 21일 신인드래프트에서 어떤 순번에 자신의 이름을 듣게 될지 벌써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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