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틀 뼈아픈 끝내기 패배를 겪은 두산 베어스지만, 김원형(54) 감독의 시선은 질책 대신 선수들의 기를 살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쪽에 닿아 있었다.
두산은 지난 26~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연이어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경기 중반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26일 3회 안재석과 박찬호의 연속 실책, 27일 4회 안재석의 송구 실책이 결정적인 순간 뼈아픈 실점으로 이어졌다. 10경기 연속 실책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겹치며 일각에서는 프로답지 못한 수비라는 따가운 시선도 쏟아졌다.
후배들의 연이은 실책과 팀 패배로 내야진의 분위기가 가라앉자, 내야진의 중심을 잡고 있는 '주전 유격수' 박찬호(31)가 팔을 걷어붙였다. 박찬호는 새벽 3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산 내야수 단체 카톡방에 후배들을 다독이고 마음을 다잡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위기 속에서 내야진 전체가 똘똘 뭉쳐 책임을 함께 짊어지려는 고참의 묵직한 진심이었다. 실제 두산 내야진은 28일 오후 1시 50분부터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와 집중 내야 훈련을 소화하며 흐트러진 수비를 가다듬었다.
김원형 감독 역시 28일 우천 취소된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수비 실책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경기를 하다 보면 실책과 볼넷은 야구에서 절대 없어질 수 없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없어질 수는 없기에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맞다. 다만 최근 경기에서 실책이 나오는 타이밍이 다소 좋지 않았을 뿐이다. 실점으로 연결되긴 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계속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선수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다. 질책한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며 고개를 숙인 선수들을 감쌌다.
이어 "결국 프로야구 선수라면 미안함과 책임감은 속에 감추고 경기장에서는 겉으로 뻔뻔함을 가져야 한다. 실책을 해도 다음에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 버텨내야 한다"며 안재석을 비롯한 내야진이 이번 시련을 디딤돌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하길 당부했다.


실제 현재 두산 내야진은 중심을 잡고 있는 박찬호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군에서 전역한 안재석을 비롯해 박준순, 박지훈 모두 한 시즌 100경기 이상을 소화해 본 경험이 없다. 100경기 이상 시즌의 경험이 있는 자원은 이유찬, 강승호 정도에 불과하다.
손지환(48) 수비 코치도 순위 싸움의 중압감을 견디고 있는 젊은 내야수들의 심정을 깊이 헤아렸다. 손 코치는 "풀타임을 처음 치르는 선수들이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들어가면서 심리적 부담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겪는 이 부담감조차 수비 성장에 아주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기에 더욱 주눅이 들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원형 감독과 손지환 수비 코치는 2021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SSG 랜더스에서 박성한(28)을 국가대표 유격수로 육성해 낸 바 있다. 박성한 역시 첫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하던 2021시즌 135경기에서 23실책, 2022시즌 140경기에서 24실책을 기록하며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지만, 코칭스태프의 굳건한 믿음 속에 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우뚝 섰다.
성장통 없는 도약은 없다. 뼈아픈 실책과 끝내기 패배라는 시련 속에서도 사령탑의 든든한 신뢰와 고참의 리더십이 젊은 곰들의 성장을 단단히 뒷받침하고 있다. 위기 앞에서 더 똘똘 뭉친 두산 내야진이 이번 성장통을 딛고 한 뼘 더 자라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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