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남긴 '50홈런-158타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의 무게감 탓이었을까. 이번 시즌 기대치에 비해 다소 주춤한 듯 보였지만, 클래스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시즌 21호 아치를 쏘아 올리며 리그 타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분명 후반기부터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아즈는 27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4-0으로 앞선 6회초 2사 만루 찬스에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상대 투수 원종현의 3구째 높은 시속 137km 슬라이더를 그대로 걷어 올려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디아즈는 8회에도 큼지막한 적시 2루타를 추가하는 등 5타수 2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의 15-2 대승과 4연승 질주를 이끌었다. 어느새 시즌 21호 홈런을 달성한 디아즈는 102타점을 기록, 이날 출산 휴가로 인해 경기를 치르지 않은 KT 위즈 힐리어드(99타점)를 밀어내고 타점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타점 1위 LG 트윈스 오스틴 딘(109타점)과는 7타점 차다.
디아즈는 경기 후 "정말 기쁘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동료 선수들이 매번 제 몫을 잘해주고 있고 팀 승리로 이어져 더욱 기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은 홈런 타석에 대해 디아즈는 철저한 마인드 컨트롤을 비결로 꼽았다. 그는 "타석에 서서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며 "앞선 타석에서 파울 타구와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물러나 화도 나고 아쉬웠지만, 생각이 많아지면 타격에 방해가 된다. 오직 존으로 들어오는 좋은 공 하나에만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진만(50) 삼성 감독 역시 디아즈의 홈런에 대해 "추가점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6회 디아즈가 2사 이후 만루홈런을 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다"고 웃었다.
디아즈는 시즌 내내 이어진 높은 기대감과 그에 따른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올해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매 경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체를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을 얻고 있다"고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KT 위즈와 주말 3연전 시리즈를 앞두고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디아즈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부담이 커져 오히려 결과는 반대로 나오기 마련"이라며 "과도한 부담을 내려놓고 매 경기, 득점 찬스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해온 것처럼 차분하게 풀어간다면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부셨던 전년도 기록의 그림자를 털어내고 해결사 본능을 다시금 증명해 낸 디아즈다. 후반기 들어 분명 살아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디아즈의 존재감은 '그래도 아직 이런 외인 타자는 없다'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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