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 시속 149㎞의 빠른 공보다 더 눈에 띈 건 34개라는 숫자였다. 2027 KBO 신인드래프트 '톱3' 후보로 평가받는 좌완 박근서(18·서울디자인고)가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자신의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박근서는 2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울산 웨일즈와 평가전에 한국 18세 이하(U-18) 야구 청소년대표팀 선발 투수로 나서 3이닝을 사사구와 실점 없이 막았다.
대표팀은 경기 막판 타선이 폭발하며 6-2 역전승을 거뒀다. 정윤진(55)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26일 부산 기장 볼파크에서 처음 손발을 맞춘 뒤 치른 첫 실전이었다. 박근서에게도 11일 봉황대기 유신고와 1차전 이후 오랜만의 실전이었다. 더욱이 상대는 고교생이 아니었다. KBO와 독립야구 경험이 있는 성인 선수들로 구성된 울산 타선을 만났다. 경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 폭우가 쏟아져 약 30분간 중단됐지만, 흐름을 잃지 않았다.
화려한 탈삼진 쇼도 강속구도 없었다. 이날 박근서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3㎞이었다. 대신 맞혀 잡았다. 박근서는 단 34구로 3이닝을 정리했다. 가장 큰 위기였던 2회말 2사 3루에서도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실점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목표가 달랐다. 박근서는 경기 후 "오랜만의 실전이고 첫 연습경기인 만큼 변화구 제구와 좌우 코너워크에 신경 써서 던졌다. 구속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긴 이닝을 책임지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스타전 이후 계속 감각적으로 조정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면서도 "당연히 본 대회에 가서는 최고의 상대에게 전력투구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근서의 올 시즌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키 188㎝, 몸무게 95㎏의 건장한 체격에서 최고 시속 149㎞ 직구를 던지는 박근서는 시즌 초만 해도 지금처럼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었다. 충암고 1학년 때 왼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수술까지 받았고, 서울디자인고으로 전학 후 3학년 때 본격적으로 던지면서 잠재력이 폭발했다.
전환점은 지난 6월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제4회 고교-대학 올스타전이었다.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박근서도 "올스타전 전까지는 나도 대표팀에 될까 말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MVP도 받고 주변에서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줘 그때부터 걱정이 조금 덜했다"며 "어떻게 보면 그 경기가 내 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었던 경기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기세는 이어졌다. 봉황대기에서는 1라운드 경쟁자로 평가받던 이승원(18)이 버틴 유신고를 상대로 호투했고 결국 청소년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이제 박근서는 9월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공을 던진다.
단순히 빠른 공만 던지는 좌완으로 남을 생각도 없다. 올 시즌 박근서는 옆으로 휘던 커브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도록 수정했고 체인지업의 낙차를 키웠다. 기존 슬라이더 대신 짧게 꺾이는 커터까지 가다듬고 있다.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한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올해 고3에서는 하현승, 박근서, 이승원을 가장 높게 치고 있다. 박근서는 하드웨어가 정말 좋고 구속도 지금보다 오를 여지가 있다. 제구가 엄청 정교하진 않아도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유형이어서 선발 투수로 보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투구 메커니즘이나 스태미나 모든 면에서 KBO에서는 충분히 선발 투수로 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9월 7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끝나면 박근서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날이 찾아온다. 9월 21일 열리는 2027 KBO 신인드래프트다.
박근서는 현재 전체 1순위 후보 하현승(부산고) 등과 함께 최상위권 지명이 유력한 톱3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박근서는 "올스타전 전까지는 나를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올스타전에서 잘 던지고, 유신고전에서도 잘 던지고, 청소년대표에도 뽑히면서 조금씩 알아보시는 분들이 생긴 것 같다"고 웃었다.
늘어난 관심에는 "부담보다는 빨리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을 아끼면서 "일단 대표팀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최근 고시엔이 다시 유행하면서 나도 경기를 좀 봤는데 일본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배울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나라를 대표해 싸워야 하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떻게든 자신감으로 밀어붙여 보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드래프트 이야기가 나오자 답은 더 솔직했다. 박근서는 "드래프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냥 빨리 와서 빨리 지명됐으면 좋겠습니다. 팀은 딱히 상관없다. 그래도 한 번밖에 없는 드래프트인 만큼 최대한 빨리, 먼저 불리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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