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홍창기(33·LG 트윈스)가 어렵게 말을 꺼내자 잠실야구장 관중석에선 곧바로 "아니야!!", "홍창기! 홍창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홍창기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지난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NC 다이노스전이 끝난 뒤 나온 장면이었다. 이날 홍창기는 9번 타자 및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하나뿐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LG가 3-4로 뒤진 연장 10회말이었다. 선두타자 오스틴 딘이 중앙 담장을 때리는 3루타를 치고 출루했고, 송찬의가 좌익선상 적시 2루타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폭투까지 나오면서 무사 3루가 됐다.
NC는 문보경과 문정빈을 연속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만루를 채운 뒤 병살을 노리는 승부수였다. 실제로 구본혁과 박동원이 연달아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NC의 선택이 적중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홍창기가 있었다. 홍창기는 초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잘 맞은 타구는 우중간 깊숙한 곳까지 뻗어갔다. 수비수가 쫓아갈 필요도 없는 완벽한 끝내기 안타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홍창기는 "나까지 절대 안 올 거라 생각했다. (구)본혁이가 전 타석에서 안타를 쳐서 감이 나쁘지 않았다. 축하해 줄 생각만 하고 있는데 뜬공이 나와서 혹시 모르니까 준비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오나 했다. 그래도 나가면서는 집중하려고 했다. 전사민 선수 공이 좋기도 하고, 1점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카운트를 잡으려고 들어올 거라 예상하고 앞에서 돌렸다. 정말 오랜만에 저 포인트에서 친 것 같은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나도 오늘 타구가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3시간43분의 혈투를 끝낸 한 방이었다. 홍창기는 평소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격한 세리머니까지 보여줬다. 장갑을 그라운드에 내던지고 동료들과 뒤엉켰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컸다. 홍창기에게 2026년은 생애 첫 FA를 앞둔 중요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25일 경기까지 104경기 타율 0.248(359타수 89안타), 29타점 61득점, 출루율 0.380, 장타율 0.295, OPS 0.675에 머물렀다.
주전으로 자리 잡은 뒤 가장 힘든 시즌이었다. 홍창기는 "주전이 되고 나서 이렇게까지 못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시즌을 겪으면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타석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새롭게 느끼는 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안타 하나 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열 타석에 하나 치기도 힘들 정도였다. 야구가 진짜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시즌"이라며 "아직 시즌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내년, 내후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도 올 시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홍창기는 쉬는 날에도 개인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올 시즌 가장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쉬는 날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좋았던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결과가 나오지 않을수록 마음은 무거워졌지만, 더그아웃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 홍창기는 "나는 못하고 있지만, (송)찬의나 (문)정빈이 등 여러 선수들이 잘해줘서 지금 이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풀어주거나, 아직 상대해보지 않은 투수가 있으면 어떻게 쳐야 하는지 알려주는 등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했다. 내 성적은 좋지 않지만, 벤치에서라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그런 홍창기였기에 팬들은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그 팬심이 전해졌기에 홍창기도 끝내 눈물을 훔쳤다. 홍창기는 "팀에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감독님이 항상 믿어주시고 기회도 주시고 팬들도 응원해주시는 데 결과적으로 너무 안 좋은 모습만 보여드렸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울컥했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LG 팬들에게도 홍창기는 특별한 선수다. 안산공고와 건국대를 거쳐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7순위로 입단한 홍창기는 2020년 첫 풀타임 시즌을 시작으로 LG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홍창기가 정상급 리드오프로 성장한 시기는 LG가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매년 가을야구를 바라보는 강팀으로 올라서는 과정과 겹쳤다. 한때 팬들 사이에서 '창기 트윈스'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존재감도 컸다.
"아니야!", "홍창기!"라는 응원은 홍창기가 가장 힘든 시즌에 어렵게 꺼낸 미안함에 LG 팬들이 돌려준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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