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보다 LG 트윈스 복덩이 외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오직 승리였다. 오스틴 딘(33)이 연장 10회말 피곤한 몸에도 미친 듯이 3루로 내달린 뒷이야기를 밝혔다.
오스틴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3번 타자 및 1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LG의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경기 MVP는 단연 4안타를 몰아친 오스틴이었다. 시작은 운이 따랐다. 오스틴은 4회말 1사 2루에서 커티스 테일러의 몸쪽 공을 잡아당겨 빠르고 바운드가 큰 타구를 만들었다. NC 유격수 김주원이 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오히려 공은 글러브를 맞고 외야 바깥으로 크게 벗어나 2루타로 인정됐다.
하이라이트는 LG가 0-2로 지고 있는 8회말 1사 1, 3루였다. 앞선 6회말 우전 안타를 추가한 오스틴은 바뀐 투수 손주환의 슬라이더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경기 흐름을 단숨에 뒤집는 역전 스리런이자 시즌 33번째 홈런이었다.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LG가 다시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0회초에는 한 점을 더 내주면서 3-4로 패배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다시 오스틴이 등장했다. 전사민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승부한 오스틴은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중앙 담장 끝까지 향하는 대형 타구를 만들었다. 타구는 한 끗이 모자라 담장 상단을 맞고 떨어졌다.
여기서 오스틴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경기 내내 네 차례 타석을 소화하고 연장까지 끌려온 상황이었지만 공이 떨어지는 순간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대로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그 순간 KBO 역대 33번째이자 오스틴 개인 첫 사이클링 히트가 완성됐다. LG 구단 역사에서도 1994년 서용빈, 2008년 안치용, 2013년 이병규에 이어 역대 4번째였고 외국인 선수로서는 최초였다.
그런데 정작 오스틴은 자신의 대기록을 의식하지 못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그 순간에는 타구가 넘어갈지 전혀 몰랐다. 어느 순간에는 중견수가 잡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공이 떨어지는 걸 보는 순간 내가 낼 수 있는 마지막 기어까지 올렸다"고 돌아봤다.
그가 3루까지 뛰었던 이유도 사이클링 히트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스틴은 "내가 3루까지 가면 최소한 나를 홈으로 불러들일 기회가 두 번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3루까지 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기록보다 승리가 먼저였다. 실제로 오스틴이 3루에 도착한 뒤 LG는 두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비록 곧바로 점수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홍창기가 해결했고 LG는 5-4 역전승을 완성했다.
오스틴은 "물론 앞선 타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해 아쉬웠을 수도 있지만, 결국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홍창기가 우리 팀을 위해 해결했고 우리가 경기를 이겼다.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홈런과 3루타 가운데 무엇이 더 짜릿했느냐'는 질문에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오스틴은 "둘 다 좋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무조건 3루타"라며 "경기 후반이었고 그 상황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우리가 질 수도 있었다. 3루타를 치면서 점수를 낼 기회가 생겼고 결국 승리로 이어졌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팀 동료 앤더스 톨허스트(27)까지 챙겼다. 이날 톨허스트는 6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초반 부진한 타선에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오스틴은 "물론 홈런도 항상 기분 좋다. 톨허스트의 패전을 없애줄 수 있었다"라며 "오늘(25일) 톨허스트는 정말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 초반 몇 이닝에서 2점을 준 것은 본인이 원하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잘 반등해서 6회까지 책임졌고 승리에 있어 그 부분이 정말 컸다. 결국 홈런과 3루타 모두 의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오늘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좋다"고 활짝 웃었다.
더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있었다. 올 시즌 MVP 모드를 가동 중인 오스틴은 사이클링 히트에 근접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LG 더그아웃에서는 "오스틴, 사이클링 히트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오스틴은 "오늘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아서 나도 상황 자체를 몰랐다. 오히려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기록이 나온 것 같다"라며 "1루수가 사이클링 히트를 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 않나. 대기록을 달성해서 당연히 기쁘다"고 웃으면서도 끝까지 승리를 먼저 이야기했다.
생애 첫 사이클링 히트가 완성된 순간에도 오스틴이 생각한 것은 개인 기록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가서 팀에 득점 기회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오스틴이 LG 팬들로부터 효자 외인, 복덩이 외인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마지막 기어'까지 끌어올린 질주 끝에 오스틴은 생애 첫 사이클링 히트와 팀 승리를 모두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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