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뽑히면 울고 싶어요. 부모님이나 저나 8년 동안 정말 많이 고생해서..."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한 하현승(18·부산고)이 곧 있을 2027 KBO 신인드래프트를 떠올리며 뜻밖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생애 한 번뿐인 드래프트보다 지금은 가슴에 단 태극마크가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하현승은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아야구연맹(BFA) 18세 이하(U-18)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정윤진(55)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18년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첫 경기부터 하현승의 어깨가 무겁다. 정 감독은 대만과 1차전을 사실상 이번 대회의 분수령으로 삼으며 하현승의 출격을 예고했다. 하현승 역시 이번 대회에서는 전체 1순위 후보라는 평가를 잠시 내려놓고 대표팀 에이스 역할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자격은 충분하다. 하현승은 올해 투수로 14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39, 45⅔이닝 12볼넷 77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72로 압권의 투구를 펼쳤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194㎝, 94㎏의 큰 체격에서 최고 시속 152㎞의 빠른 공과 두 종류의 슬라이더는 디셉션(숨김 동작)과 합쳐져 동나이대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타자로도 24경기 타율 0.383(81타수 31안타) 3홈런 21타점, 출루율 0.495 장타율 0.593 OPS 1.088을 기록하며 부산고를 봉황대기 4강으로 이끌었다.
한 KBO 구단 스카우트는 "제2의 추신수라고 할 만하다. 단순히 같은 부산고라서가 아니다. 큰 체격에도 뛰어난 운동신경과 유연성을 갖췄고 발도 빠르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빠른 공을 던지고 야구 감각도 탁월하다. 올해 슬라이더는 동나이대 선수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호평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명문 뉴욕 양키스가 300만 달러(약 41억원) 규모의 정식 오퍼를 넣은 이유다. 그러나 하현승은 미국 대신 KBO를 택했고, 이제 전체 1순위 유력 후보로 드래프트를 기다린다.
태극마크도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고교 2학년으로 2025 WBSC U-18 야구월드컵에 출전해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일본과 대만을 모두 상대하며 한 살 많은 선수들과 국제무대 경험도 쌓았다. 당시 투수로서 4경기에 구원 등판해 6⅓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1.17,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83, 타자로도 2경기 타율 0.500(2타수 1안타) 2타점을 마크했다.
1년 뒤 하현승의 위치는 더욱 굳건해졌다. 하현승은 최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이제 3학년이고 주축 멤버가 되다 보니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다. 즐기러 왔다는 마음보다는 진짜 잘하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말했다.
이번 대표팀은 전문 투수가 6명뿐이다. 하현승가 생각하는 에이스의 역할은 많은 삼진이나 빠른 구속이 아니었다. 그는 "중요한 경기에 나가게 되면 책임감을 가지고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라며 "삼진도 많이 잡으면 좋겠지만, 일단 내가 많은 이닝을 끌고 가서 뒤에 나오는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내가 원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경험했던 일본과 대만을 올해 다시 만나고 싶다. 하현승은 "지난해 대만과 일본을 상대로 둘 다 던져봤다. 올해도 두 경기 다 던지는 게 목표다. 내가 에이스가 돼서 팀이 경기를 이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작은 변수에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이번 대회 공인구가 평소 사용하던 공보다 작게 느껴졌다. 평소 공의 차이에 둔감한 자신조차 느낄 정도였다. 그는 "공이 조금 작다고 느껴지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그것만 없애면 원래 내 공이 나올 것 같다. 훈련에 돌입하고 아예 공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면서 손에 익히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 국제대회를 마치면 마침내 KBO 신인드래프트가 기다린다. 하현승에게도 전체 1순위로 이름이 불리는 순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현승은 "뽑히면 뭔가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날 것 같다. 부모님도 나도 8년 동안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싶은데, 자꾸 그 장면을 미리 상상하다 보니까 오히려 덤덤할 것 같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직 그 순간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하현승은 "그때 가봐야 실감도 나고 느낌도 날 것 같다. 아직은 지금 중요한 게 청소년 대표팀이니까 드래프트 쪽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지난해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단기전은 컨디션 싸움이라 생각하고 몸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왔다. 훨씬 성장한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내 실력을 보여주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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