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한 달 만에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던 롯데 자이언츠 박정민(23)이 자신을 짓눌렀던 기대를 내려놓자 다시 마운드에서 웃기 시작했다.
박정민은 지난 6월 29일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줄곧 1군을 지켰던 신인에게 처음 찾아온 재정비 시간이었다.
선수 본인에 따르면 시작이 너무 좋았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박정민은 서당초-매송중-장충고-한일장신대를 졸업하고 2026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최고 시속 152㎞ 직구와 체인지업을 앞세워 즉시전력감이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개막 후 4월까지 14경기에서 1승 1패 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15이닝 동안 삼진도 19개를 잡아내며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하이라이트는 삼성 라이온즈와 개막전이었다. 9회말 1사 1루 상황에 등판한 그는 르윈 디아즈에게 2루타, 전병우를 맞혀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김영웅과 박세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달성, 대졸 선수로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좋은 출발이 박정민 스스로의 기준을 너무 높여놨다. 박정민 역시 올해 가장 임팩트 있던 순간으로 개막전 세이브를 곱으면서 "데뷔 첫 등판부터 압박감이 있는 어려운 상황에 나갔다. 결과가 좋아서 '나는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정도는 해야 하는 사람이다'라는 압박을 계속 스스로에게 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난 정말 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개막전에 좋은 임팩트를 남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내 기준점을 거기에 맞춰놓고 그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계속 주니까 점점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생각이 많아지자 마운드도 흔들렸다. 직구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장타를 피하려다 코너워크를 의식하면서 볼넷까지 늘어났다. 체인지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상대 타자에게 패턴이 읽히는 문제도 생겼다.
결국 박정민은 6월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정확히 한 달간 2군에 머물렀다. 처음 경험한 2군 생활은 단순한 강등이 아니었다. 그는 "1군은 매 경기가 너무 중요해서 메커니즘이나 기술적인 생각을 깊게 하기가 어려웠다"며 "2군에서는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된 기간도 있었고, 김현욱 코치님이나 진해수 코치님과 이야기하면서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을 찾고 연습할 여유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더 크게 달라진 건 마음가짐이었다. 전반기 막판 박정민은 스스로도 "계속 쫓기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밸런스가 흔들리는 걸 알면서도 경기는 계속됐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
2군에서 돌아온 뒤 생각을 바꿨다. 박정민은 "캠프부터 운 좋게 계속 1군에 있었고 전반기 막바지에 2군도 경험했다. 주변 형들이 농담 삼아 '2군 경험도 한 번은 해봐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 한 달 가까이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부담을 덜어준 형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너무 높은 곳만 보지 말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는 신인이다. 잘해도 못해도 신인이었다. 잘해봤고 정말 못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프로 1년 차에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라며 "그냥 신인답게 나가서 신나게 던지고 내려오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박정민은 7월 30일 1군에 복귀한 뒤 6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 중이다. 6⅓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았고 볼넷은 2개뿐이다. 몸에 맞는 공 2개를 포함해도 사사구는 4개에 그쳤다.
특히 전반기 고민이었던 첫 타자를 상대하는 것과 주자가 나간 뒤의 흔들림도 예전보다 줄었다. 박정민은 "지금은 주자가 있든 없든 똑같은 것 같다. 확실히 시즌 초보단 발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선배들의 도움도 컸다. 원래 먼저 조언을 구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프로 첫 시즌만큼은 달랐다. 김원중, 현도훈을 비롯해 최준용, 김진욱 등에게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물으며 도움을 받았다.
박정민은 "부담을 가지면서 야구하기에는 내보다 훨씬 경험이 많고 잘하는 선배들이 많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부담을 가질 상황은 아니었다"며 "부담은 완전히 내려놓았다. 난 그런 부담을 가질 정도의 선수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매 경기 나가는 것에 감사하면서 야구하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 따라붙었던 신인왕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내려놨다. 박정민은 "처음에는 신인왕 이야기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목표보다 한 경기 한 경기 좋은 결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은 박정민의 평균자책점은 아직 0.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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