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3위 싸움의 분수령에서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여기에 팀 타선의 핵심이자 40호 홈런으로 '대한민국 홈런왕'을 질주하고 있는 김도영(23)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이라는 초대형 변수까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범호(45) KIA 타이거즈 감독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사령탑이 믿는 무기는 위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팀의 '기세와 응집력'이다.
KIA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4-6으로 패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있었다. 2-6으로 뒤진 9회에만 삼성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2점을 뽑으며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를 잡았다면 4위에서 3위로 순위가 점프할 수 있었지만 다소 아쉽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KIA는 곧 '해결사' 없이 피 말리는 순위 싸움을 버텨야 한다. 이번 시즌 압도적인 타격감으로 타선을 이끌고 있는 김도영이 오는 13일 경기를 끝으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약 2주 정도 이어질 핵심 타자의 공백은 사령탑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8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다가올 전력 누수 우려 속에서도 팀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는 "저희는 시즌 초반에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을 가지고 기세로 조금씩 조금씩, 한 단계 한 단계 밟으면서 올라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응집력이나 이런 거는 우리 팀에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홈런왕의 이탈이라는 대형 악재가 예고되어 있지만, 시즌 초반부터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쌓아온 선수단의 끈끈한 조직력을 믿는다는 의미로 읽혔다.
더욱 치열해진 순위 싸움에 임하는 각오도 남달랐다. 복잡한 셈법 대신 단순하고 명확한 목표를 선수단에 제시했다. 이 감독은 "지금부터 우리가 언제까지 몇 승을 해서 몇 위를 해야겠다는 계산보다, 우선은 한 게임 한 게임 하면서 오늘 이길 수 있는 게임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에이스의 빈자리를 의식하거나 3위라는 결과에 얽매여 조급해하기보다 1승, 1승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였다. 한 경기를 지면 그 다음 경기를 잡으면 된다는 뜻이었다.
1경기가 가지는 의미가 커지는 만큼 압박감을 느낄 젊은 선수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이 시기에) 중요한 경기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우리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긴장하는 경기를 좀 많이 하더라"며 "그런 것들을 선수들이 긴장 안 할 수 있게끔 옆에서 잘 케어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패배와 곧 닥쳐올 에이스의 부재. 자칫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범호 감독은 굳건한 신뢰로 선수단의 기를 살리고 있다. 위기의 순간마다 빛을 발했던 KIA의 '기세'와 '응집력'이 다가올 2주의 시험대를 무사히 넘기고 3위 도약이라는 결실을 맺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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