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사길 잘했네요."
문보경(26)처럼 홈런을 칠 수는 없다. 대신 구본혁(29·LG 트윈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 승리를 도울 방법을 찾았다.
LG는 1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3연승을 달린 3위 LG는 71승 1무 55패로 2위 삼성 라이온즈 추격을 이어갔다.
이날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대표팀 차출 후 치른 첫 경기였다. LG에서는 주전 3루수 문보경과 필승조 김영우(21)가 대표팀으로 떠났다. 특히 중심타선에서 장타를 책임지는 문보경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남은 정규시즌의 과제가 됐다.
염경엽(58) LG 감독의 3루수 1순위 선택은 구본혁이었다. 구본혁은 이날 6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타석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 4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수비에서 존재감이 빛났다. 염 감독이 문보경의 빈자리를 가장 먼저 구본혁에게 맡긴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다. 2-0으로 앞선 5회말 1사 후 천재환(32)이 좌중간 2루타를 때렸고 김형준(27)의 땅볼 때 천재환이 3루에서 살아남아 1사 1, 3루가 됐다. 하지만 권희동(36)의 강한 타구가 3루수 구본혁의 글러브로 직행하고, 최정원의 땅볼까지 1루수 문정빈(23)이 잡아내면서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백미는 8회말이었다. LG가 3-0으로 앞서다 블레인 크림(29)에게 중월 투런포를 맞아 순식간에 3-2까지 쫓겼다. 김휘집(24)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 오태양(20)이 투입됐고, 박건우(36)의 좌중간 안타까지 나오면서 NC가 1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었다. 그러나 서호철(30)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순간 포수 이주헌(23)이 곧바로 3루에 공을 뿌렸다. 베이스에서 멀리 나와 있던 오태양이 황급히 귀루했지만 늦었다. 구본혁이 송구를 받아 태그하면서 순식간에 더블 아웃. NC의 가장 강력했던 추격 기회가 사라졌다.
사전에 정해둔 플레이도 아니었다. 구본혁과 이주헌은 눈빛만으로 서로의 생각을 읽었다.그런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었다. 구본혁은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나 "사실 지난 일요일(13일) 경기가 끝나고 주헌이에게 밥을 한번 샀다. 거기서부터 뭔가 통하는 게 오늘 경기까지 이어진 것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이어 "진짜 눈빛으로 주긴 했는데 주헌이도 받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헛스윙 삼진이 나오면 무조건 3루에 던지는 것으로 눈빛으로만 대화했던 것 같다"며 "밥 사길 잘했다"고 미소 지었다.
물론 밥 한 끼만으로 만들어진 플레이는 아니다. 1점 차 승부, 그것도 8회말 1사 1, 3루에서 서로의 의도를 눈빛만으로 파악하고 실행에 옮긴 장면은 LG가 강조해 온 수비와 디테일의 힘을 보여줬다. 구본혁은 "우리 팀이 잘 풀릴 때는 무조건 수비에서 그런 집중력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의 빈자리를 대하는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구본혁은 "(문)보경이가 간다고 해서 선수들끼리 따로 이야기한 건 없다. 팀의 간판타자가 빠지고 제가 들어가는 것이니까 내가 잘할 수 있는 수비나 디테일적인 부분을 더 신경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경이가 잘할 수 있는 홈런이나 장타력을 제가 보여드리지는 못하지만, 보경이가 없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수비나 작전 수행 같은 걸 좀 더 신경 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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