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연패에 빠져 3위 자리마저 위태로웠던 LG 트윈스가 다시 살아났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대표팀 차출이라는 변수에도 빈틈은 보이지 않았다.
LG는 1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3연승을 달린 3위 LG는 71승 1무 55패가 됐다. 2위 삼성 라이온즈와 격차도 5경기로 좁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LG는 지난주 삼성과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에 연달아 덜미를 잡히며 4연패에 빠졌다. 한때 선두와 격차가 7경기까지 벌어졌고 4위와는 불과 0.5경기 차. 2위 추격은커녕 3위 수성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반전은 대구에서 시작됐다. 지난 12일 삼성과 맞대결에서 양 팀이 각각 12안타와 10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고 LG가 1점 차 승리를 따냈다. 오스틴 딘(33)이 시즌 37, 38호 홈런을 연달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대구에서 삼성을 연달아 잡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창원에서도 그 흐름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화끈한 방망이보다는 수비 집중력이 빛났다. 더 의미가 있었다. 이날은 AG 대표팀 차출 후 치른 첫 경기였다. LG에서는 주전 3루수 문보경(26)과 필승조 김영우(21)가 빠졌다. 중심타선에서 장타를 책임지는 문보경의 공백은 특히 커 보였다. 그러나 염경엽(58) LG 감독이 문보경의 3루 빈자리 1순위로 낙점한 구본혁(29)이 자신의 방식으로 공백을 메웠다.
이날 6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장한 구본혁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대신 글러브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LG가 2-0으로 앞선 5회말 NC는 천재환의 2루타와 김형준의 땅볼로 1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한 점이면 흐름이 달라질 수 있었지만, 권희동의 강한 직선타가 구본혁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이어 최정원의 땅볼까지 1루수 문정빈이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6회에는 주장 오지환(36)이 나섰다. 2사 후 김휘집과 박건우가 연속 볼넷을 골라 1, 2루를 만들었다. 안중열이 고우석(28)의 직구를 받아쳐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 절묘한 곳으로 타구를 날렸다. 자칫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수 있는 순간, 오지환이 자신의 머리 뒤로 넘어가는 공을 끝까지 쫓아가 잡아냈다.
오지환은 경기 후 "자칫하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을 끝까지 쫓아가려고 했고 다행히 글러브 안에 공이 있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백미는 8회였다. LG가 블레인 크림에게 투런포를 맞아 3-2까지 쫓긴 뒤 1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었다. 하지만 젊은 LG 듀오의 서로간 믿음과 센스가 빛났다. 서호철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순간 포수 이주헌(23)이 곧바로 3루로 공을 던졌다.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오태양이 황급히 귀루했지만 구본혁의 태그가 빨랐다.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가 2개 올라가며 이닝이 종료됐다.
사전에 정해진 플레이도 아니었다. 구본혁과 이주헌이 눈빛만으로 뜻을 맞췄다. 구본혁은 "사실 지난 일요일 경기가 끝나고 (이)주헌이에게 밥을 한번 샀다. 거기서부터 뭔가 통하는 게 오늘 경기까지 이어진 것 아닌가 싶다"라며 "진짜 눈빛을 주긴 했는데 주헌이도 받았다고 하더라. 헛스윙 삼진이 나오면 무조건 3루에 던지기로 했는데 밥 사길 정말 잘했다"고 웃었다.
염 감독도 승리의 원동력으로 수비 집중력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6회 위기 상황에서 오지환의 호수비와 8회 이주헌의 좋은 송구로 3루 주자를 잡아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위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준 오지환과 이주헌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문보경의 공백도 이런 방식으로 나눠 메운다. 구본혁은 "(문)보경이가 잘할 수 있는 홈런이나 장타력을 내가 보여드리진 못한다.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수비나 작전 수행 같은 걸 좀 더 신경 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4연패 당시와 달라진 것도 바로 이런 모습이다. 삼성과 지난 주말 2연전을 떠올린 구본혁은 "그 경기들이 정말 컸다. 바로 윗 순위 팀이라 선수들도 으샤으샤 해서 이기려고 했고, 경기 자체가 엄청 재밌었다. 오늘도 그 분위기가 이어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그래서 오늘 경기도 재밌겠다 싶었는데 확실히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 같다. 선수들은 매 순간 긴장되지만, 팬들도 재미있으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잠시 흔들렸지만, 다시 3연승이다. 분위기가 처지고 전력이 약해지는 상황에도 LG는 다같이 그 빈틈을 함께 메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구본혁은 "우리 팀이 잘 풀릴 때는 무조건 수비에서 그런 집중력이 나오는 것 같다"며 "그런 경기를 이기면서 분위기를 계속 타고 올라가는 게 우리 팀의 강점이다. 후반기 들어 그런 경기가 잘 안 되면서 팀이 처지기도 했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경기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오지환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시즌이 마지막으로 가고 있는데 나도, 우리 팀원들도 모두 힘내고 있다. 팬들께서도 시즌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