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선수들은 차 자체는 크고 좋습니다. 그런데 그 차를 제대로 운전하는 능력이 조금 부족합니다."
일본을 두 차례 꺾고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한국 18세 이하(U-18) 야구대표팀.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몸을 살폈던 일본인 S&C(Strength & Conditioning) 코치 다카하시 준이치(50)는 한국 야구가 가진 잠재력을 좋은 신체 조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몸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에서 찾았다.
한국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제압하고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꺾은 데 이어, 슈퍼라운드와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연파하며 거둔 값진 성과였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하현승(18·부산고)이 7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의 완봉승을 거두며 우승을 이끌었다.
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부산 기장드림볼파크에서 국내 강화훈련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몸을 담당한 특별한 인물이 있었다.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터즈,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에서 경험을 쌓았고, 메이저리거 이마나가 쇼타(33·시카고 컵스)의 개인 트레이너로도 잘 알려진 다카하시 코치다.
다카하시 코치는 대표팀 출국을 앞둔 지난달 30일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조금 다른 선수들을 만났다. KBSA가 마련한 '선진 S&C 이론 및 실기 보급 강습회'였다. 현직 고교 코치, 트레이너, 선수뿐 아니라 야구에 관심 있는 초·중학생과 학부모 등 30여 명이 매트를 깔고 그의 움직임을 따라 했다.

다카하시 코치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웨이트도, 투구 기술도 아니었다. 그는 "야구 기술은 빙산의 일각이다. 유연성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보여준 그림도 단순했다. 밑바닥에는 'Flexibility(유연성)', 그 위에는 'Movement(움직임)', 가장 위에 'Skill(기술)'이 놓였다. 단단한 기초 없이 힘과 기술만 올려놓으면 퍼포먼스가 올라가는 만큼 부상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성장기 선수들에게는 '얼마나 강한가'보다 '내 몸을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가'를 먼저 물었다. 다카하시 코치는 "12세부터 15세 정도에는 스트레칭과 움직임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며 "어느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구만 반복하는 것도 경계했다. 어린 시절 수영과 철봉, 태권도, 댄스처럼 여러 형태로 몸을 움직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현장에서는 고관절과 하체를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평소 쉽게 사용하지 않는 부위를 깨우는 동작이 이어졌다.
직접 따라 해본 수강생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부산에 살며 남동생과 함께 리틀야구도 하고 있는 문채원(14) 학생은 "일본이 유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유연성이 이렇게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본인 줄은 몰랐다"며 "리틀야구에서도 트레이닝을 하지만, 근력 운동과 힘든 느낌 자체가 달랐다. 유연성 운동이 더 아팠다"고 웃었다.

문채환(13) 학생은 다카하시 코치의 '자동차 비유'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 선수와 일본 선수를 자동차에 비유해주신 게 인상 깊었다. 우리도 일본 선수들만큼 유연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생각지도 못했던 부위들을 풀어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지도자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이날 팀 훈련 일정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부산까지 찾아왔다는 홍우태(55) 대구고 투수코치는 "예전 야구와 지금 야구가 많이 달라졌는데 내가 이쪽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배우러 왔다"며 "막상 보고 들으니 정말 필요한 내용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투수를 지도하는 홍 코치는 "일본 투수들이 왜 잘 던지는지 막연하게 느끼고만 있었는데 직접 보면서 많이 느꼈다"며 "우리 선수들이 신체 조건은 일본 선수들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이런 움직임까지 제대로 익힌다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렇다고 다카하시 코치가 '일본식 훈련이 정답'이라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한국 야구가 지난 10여 년간 미국 야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을 언급하면서 "모든 것이 한국 선수에게 맞았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만의 새로운 오리지널 스타일을 찾았으면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 160㎞ 투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① "한국 선수는 좋은 차 갖고도 운전을 못합니다" 몸은 일본보다 좋은데 '대체 왜', ML 34승 日 투수 만든 트레이너의 진단
② "부품은 좋은데 연결이 안 된다" 178㎝ 日 야마모토는 159㎞... 더 큰 韓 투수는 왜 힘을 구속으로 못 바꾸나
③ "어릴 때부터 더 던지고 더 치면 잘할까?" 日 특급 트레이너는 반대로 말했다 "야구만 해서는 야구가 늘지 않는다"
④ "한국만의 오리지널 스타일 찾아야" 美 야구 15년 교재 삼은 韓 야구, 이젠 우리만의 '뉴 노멀'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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