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 있을 때는 세 걸음만 걸어도 숨이 안 쉬어졌어요. 그때 진짜 '야구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때 전국에서 손꼽히는 외야 유망주였던 김정민(22·SSG 랜더스)에게 야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심장 수술을 받은 뒤에는 걷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랬던 김정민이 마침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안타 두 개를 때렸다.
김정민은 2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 선발 출장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SSG의 7-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시작부터 적극적이었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앤더스 톨허스트의 초구 직구에 방망이를 냈다. 타구는 내야를 넘지 못했지만, LG 1루수 오스틴 딘의 실책으로 출루했다. 4회에는 결과를 만들었다. 무사 1, 2루에서 몸쪽 커브를 잘 참아낸 뒤 우강훈의 4구째 직구를 받아쳐 오스틴 옆을 스치는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이후 2루까지 진루한 김정민은 박성한의 우전 2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6회에는 강속구에도 밀리지 않았다. 김영우의 시속 151㎞의 빠른 공이 낮게 꽂혔지만,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우중간 외야를 갈랐다. 2023년 4월 29일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뒤 1249일, 37번째 경기 만에 만들어낸 생애 첫 멀티히트였다.

그 한 경기의 의미가 유독 큰 이유가 있다. 김정민은 경남고 시절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중견수였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 타구 판단 능력을 갖춰 고교 최고 수준의 외야 수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경남고의 황금사자기 우승에 힘을 보탰고 청소년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SSG는 그런 김정민을 2023 KBO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지명했다. 프로에서도 탄탄대로가 이어지는 듯했다. 신인 때부터 1군을 경험했다. 그러나 군 복무 중 예상하지 못한 일이 찾아왔다. 심장에 문제가 발견돼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의병 제대했다. 야구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먼저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정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수술하고 병원에 있을 때 한 세 걸음만 걸어도 숨이 안 쉬어졌다. 그러면서 진짜 야구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완전히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외야수는 많은 활동량을 요구한다. 타구가 뜨면 순간적으로 전력 질주해야 하고, 몸을 날려 슬라이딩 캐치를 해야 한다. 출루하면 다시 베이스 사이를 뛰어야 한다. 심장 수술을 받은 선수에게는 당연했던 동작 하나하나가 다시 넘어야 할 벽이었다. 몸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김정민은 "몸 상태가 내가 생각하는 것의 반도 올라오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 되는 게 엄청 힘들었다"라며 "수술하고 돌아와서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몸 자체가 둔해지니까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수술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하고 평생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비롯한 야구 동작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게 지난해부터 어렵게 다시 실전에 나섰고, 올해는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겨울부터 온전히 몸을 만들어 시즌을 준비했다.
김정민은 "사실 이렇게 다시 한다는 게 안 믿긴다. 4년 차인데 제대로 준비해서 한 게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코치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고 내 의지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더라"며 "처음에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할 수 있나' 싶었다. 그런데 경기에 나가니까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 지금은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당시를 담담하게 돌아볼 만큼 회복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SSG 구단 구성원들과 주위 사람들의 끊임없는 지지가 있었다. 홍대인, 조형우, 임건우 같은 형들부터 오준형 1군 타격 보조 코치와 주치의까지 모두가 '야구선수 김정민'의 복귀를 응원하고 반겼다. 김정민은 "주변에서 정말 많이 챙겨주셨다.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게 느껴져서 많은 힘이 됐다.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1249일 만의 첫 멀티히트가 남들에게 거창한 기록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 야구선수로 서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김정민에게는 이제야 제대로 시작된 프로 생활을 알리는 두 개의 안타였다.
김정민은 "신인 때나 어릴 때는 타석에 들어가는 게 두려웠다. 당연히 못 칠 것 같고 애초에 지고 들어갔다. 프로에서는 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나한테 먼저 지고 들어갔으니 애초에 힘든 것이었다. 지금은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올해는 수치적인 목표보다 타격에서 내 방향성을 찾고 싶었는데, 그게 잡혀서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겨울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방향성을 잡고 겨울을 준비해야 해서 시즌이 끝나자마자 바로 준비해서 잘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라운드에 다시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올해의 기억을 가지고 내년에는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도 바꿔보려 한다. 김정민은 " 고등학교 때는 방망이도 잘 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수비만 되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바꾸는 게 제일 큰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일단 남은 시즌에는 이렇게 기회를 주실 때 나가서 잘하고 싶다. 수비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잘 쳐야 한다. 타석에서 쉽게 물러나는 선수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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