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과 세 차례 우승을 이끌었던 승부사 김태형(59) 감독이 정작 새로운 팀에서는 단 한 번도 단기전을 치르지 못한 채 3년 계약을 마쳤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2026시즌을 64승 3무 77패(승률 0.454), 7위로 마쳤다. 2017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다. 롯데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7위-10위-7위-8위-8위-7위에 머물렀다. 2023년 10월 김태형 감독에게 3년 총액 24억 원을 안기며 변화를 기대했지만, 이후에도 7위-7위-7위였다. 승률도 부임 전인 2023년 0.472에서 올해 0.454로 떨어졌다.
단순히 성적만 놓고 보면 김태형 감독 영입의 효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 3년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롯데가 그에게 어떤 선수단을 맡겼고, 그사이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실 김 감독에게 외부 FA 지원이 부족한 환경은 낯설지 않았다. 두산 시절에도 2015시즌을 앞두고 좌완 장원준을 영입한 뒤에는 이렇다 할 외부 FA 보강이 없었다. 오히려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이탈했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빈자리를 메우는 이른바 '화수분 야구'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롯데 역시 김 감독의 단기전 운영 능력뿐 아니라 선수 발굴과 육성에 대한 안목을 눈여겨봤을 법하다. 그들도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며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확보하면서 유망주도 어느 정도 모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산에서의 성공 경험은 롯데에서 재현되지 못했다. 특히 전력 보강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롯데는 김 감독 부임 전인 2023시즌을 앞두고 포수 유강남(34)과 4년 80억 원, 내야수 노진혁(37)과 4년 50억 원, 투수 한현희(33)와 3+1년 최대 40억 원 등 총액 17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고액 계약에 따른 샐러리캡 부담만 남았다.
김 감독 부임 후 외부 FA 출신 영입은 2024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합류한 2+1년 총액 9억 원의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38)이 사실상 전부였다. 김 감독은 적극적인 외부 FA 보강 없이 기존 자원의 성장과 트레이드 등을 통해 전력을 꾸려야 했고, 그마저도 여의찮았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지난 3년간 조금씩 선수단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센터라인이다. 손성빈(24)도 올해 129경기에서 타율 0.267, 8홈런 40타점을 기록하며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그동안 유강남에게 의존했던 안방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내야와 외야를 오가던 고승민(26)은 2024년부터 주전 2루수로 안착했고, 올해도 112경기에서 타율 0.288, 16홈런 75타점으로 활약했다.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전민재(27)는 올 시즌 140경기 타율 0.278, 9홈런 70타점을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중견수 황성빈(29)도 김 감독 부임 첫해부터 주전으로 도약했고, 올해 55도루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올해 롯데는 선발투수 5명이 모두 규정이닝(144이닝)을 소화했다.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출범 이후 KBO리그 최초 기록이다. 특히 박세웅(31)뿐 아니라 나균안(28)과 김진욱(24)까지 국내 선발투수 3명이 모두 규정이닝을 채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전반기에는 47승 3무 39패로 3위에 오르며 상위권 경쟁 가능성도 확인했다. 비록 후반기 12연패로 무너졌지만, 기존 자원의 성장과 적절한 활용만으로도 경쟁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남겼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역할을 맡기면서 3년 전과 다른 선수단의 윤곽을 만들어낸 감독의 공까지 지울 필요는 없는 이유다.
김 감독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두산 시절 보여준 육성과 꾸준함을 기대했다면, 3년 연속 7위라는 결과는 분명 실망스럽다. 특히 지난해 전반기의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고, 올해는 선발진이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고도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144경기를 버텨낼 선수층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완성하지 못한 책임은 현장에도 있다. 김 감독 역시 지난 12일 최종전을 앞두고 "3년 안에 성적 못 냈으면 감독 책임"이라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7위-7위-7위로 표현되는 김 감독의 3년은 롯데 구단의 전력 구성과 육성 시스템까지 돌아보게 하는 결과다. 기존 자원을 충분히 성장시키지 못한 감독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동시에 왜 롯데는 오랜 기간 상위 지명권을 확보하고도 꾸준히 가을야구를 경쟁할 전력을 만들지 못했는지 구단도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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